은행권 홍콩ELS 배상 속도…금감원으로 쏠리는 '눈'
입력 2024.03.25 10:41
수정 2024.03.25 10:44
분조위, 자율배상 시기 '분수령'
판매사별 대표 사례 선정 돌입
서울 시내에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늘어서 있다. ⓒ 연합뉴스
은행권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이 다음달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액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자율배상을 결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제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이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개최해 자율 배상을 결의하고,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각각 27일과 28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서 ELS 책임분담 기준안 수용 여부, 배상 로드맵 등을 논의한다. 홍콩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도 이번주 후반에 임시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도 27일쯤 배상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들 은행은 우리은행과 달리 분조위 결과를 확인하고 배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분조위가 시작되기 전에 은행이 자율배상에 착수하면 과징금 등 금감원의 행정 제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배상 규모가 상당해 분조위 이후 자율배상안을 만드는 것이 배임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우리은행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균 배상 비율을 적용해 배상액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은행권 평균 배상비율을 30%대 중후반으로 추산했지만, 우리은행의 배상비율은 40% 안팎, 배상액 규모는 100억원대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금감원의 예상 배상비율에는 부합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기본 배상비율을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0~40%로 정했다. 여기에 판매회사와 투자자별 책임을 가감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한다. 이론상 최저 0%대에서 100%까지 배상비율이 나올 수 있다. 다수 사례는 20~60% 범위내에 분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금감원은 현재 접수된 홍콩 H지수 ELS 민원 중 분조위에 발표할 대표 사례를 추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분쟁조정기준안을 참고해 판매사별로 가산과 차감이 적절히 반영된 사례를 선정하는 것을 고려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민원은 4000건을 넘었다.
통상적으로 대표 사례 선정부터 분조위 개최까지 2~3개월이 소요되지만 금감원은 이를 크게 단축할 방침이다. 내달 분조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대표 사례 분조위는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분조위 회부→조정결정 통보→금융사·투자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모두 수락시 조정성립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 외의 분쟁 민원은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과거 2019년 파생결합펀드 사태 때는 손실을 본 6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80%, 75%, 65%, 55%, 40%(2건)으로 제시했다. 이중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 환자에게 역대 최고 높은 수준은 80% 배상비율을 적용했다.
김형순 금감원 은행 1국장은 지난 12일 열린 은행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분조위 기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무법인 검토 의견뿐 아니라 내부 의견도 받고 분조위원들 간 논의할 시간도 필요하다”면서도 “이번에는 은행 자율배상 가능성이 있고, 대표사례에 따라 배상하는 게 효율적이고 부담이 적을 수 있어 분조위 절차를 더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단 홍콩 H지수 ELS 피해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배상기준안은 시중은행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조위가 성사될 경우 빠르면 상반기 배상도 가능하겠지만, 판매사와 소비자 중 어느 누구라도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치 않으면 법정에서 판가름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