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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어디가 아프다고 해요. 꾀병일까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⑥]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3.26 14:00
수정 2024.03.26 14:00

새 학기가 시작됐다. 심리상담센터가 분주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흔한 방문 사유 중 하나는 ‘이유 없는 복통/ 두통’이다. 어느 날인가부터 등교 전만 되면 배가 아파 끙끙 앓는 것이다. 부모님들은 집에 있는 약을 먹여보고, 꾀병임을 의심하기도 하고, 소아과에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소아과에 가더라도 큰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대체 왜 이럴까. 대부분 답은 ‘정서발달’에 있다. 아이가 큰 문제 없이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한다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증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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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자꾸 배가 아프다고만 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하죠?


올해로 8살이 된 A는 학교에 입학했다. 설레는 맘으로 학교에 갔고, 입학 후에도 곧잘 적응하는 듯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아이가 아침만 되면 “배가 너무 아파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40분~1시간을 끙끙 앓고, 이 때문에 지각하는 날도 있다. 실제로 설사하는 날도 있지만, 대변을 충분히 봤는데도 배가 아프다고 하는 날도 꽤 많다. 때로는 일요일 저녁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기도 한다.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니 소아과에 아이를 여러 차례 데리고 갔지만 ‘소견 없음’,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말을 듣고 왔다. 하지만 아이에게 ‘힘든 점이 있냐’고 물어보면 전혀 없다고 하고,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도 한다. 답답할 따름이다. 하루는 너무 배를 아파하길래 학교를 보내지 않았는데, 1시간도 채 안되어서 복통은 사라지고 즐겁게 뛰어놀기만 한다. 혹시 꾀병일까? 이제는 A의 오전 복통 때문에 저녁 식사가 점점 간소해졌고, 맛없고 건강한 반찬만 내놓다 보니 아이의 반찬 투정만 늘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A의 엄마는 막막할 뿐이다.


A는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심리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인지적 유연성이 부족하고 정서적 민감성이 다소 낮은 아이. 마찬가지로 둔감한 부모님

검사 결과, A는 웩슬러 지능검사 상 모든 영역에서 ‘평균~평균상’ 수준으로 평가되어 양호한 편이다. 다만 ‘유동추론’ 능력은 평균 수준 안에서도 다소 낮은 축에 속하였다.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풍부한 지식과 상식을 쌓았지만, 이러한 지식들을 응용하여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모습이다. 학교에서도 규칙을 잘 습득하고 따르는 것이 가능하고 친구들 사이의 기본적인 배려를 할 수는 있겠지만, 유연하게 임기응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소 당황했을 수 있겠다.


또한 아이는 자신 및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도록 하는 정서적 민감성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상에서 소소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것이 아직은 매우 어려운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다 보니 자신의 불편감을 해소하는 방법 또한 정확히 알기 어려울 것으로 고려된다. 또한 아이는 또래 친구들의 기분이나 행동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아직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예상치 못한 또래의 거절이나 갑작스러운 문제 등을 겪는 경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당황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또한 부모님의 자기보고식 설문지 검사 결과, 부모님 또한 정서적 민감성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복통, 두통과 같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체적 불편감을 돌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섬세하게 관찰하고 대화해야지만 겨우 알 수 있는 정서적 불편감을 돌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또한 감정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아이에게 “학교에서 문제는 없었어?”라고 묻는 것은 가능하지만 부모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시범을 보이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자 제안: 심리 치료 필요/ ‘첫 출근’ 스트레스를 겪는 아이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세요.

우선 제안할 점은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다. A가 현재 경험하는 것은 일종의 ‘적응 스트레스’ 이다. 그리고 지금 이를 잘 해결하고 넘어가지 못한다면 ‘적응’해야 하는 여러 상황을 겪었을 때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아이의 유능감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실제 질병이나 등교 거부로 이어질 염려도 있다. 이 때문에 심리 치료를 통해 적응 스트레스를 성공적으로 이완하도록 하는 경험이 필수적이다.


또한 가정 내에서는 ‘실제로 문제가 있나/ 없나’에 대한 대화보다도 “학교 다녀오느라 수고했어”, “고생했어”라는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꼭 큰 문제가 없더라도 녹초가 되듯, 아이 또한 큰 문제가 없더라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느라 고단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를 위해 “수고했다”는 한 마디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또한 학교에서 어떤 재밌는/ 자신감이 올라가는/ 다행스러운/ 지루한/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무조건 질문만 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 모두의 감정 경험을 나누게 되면 아이의 스트레스도 낮출 수 있고, 서로 간의 이해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감정 대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보약’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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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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