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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뒤차 경적에 급정거 운전자, 보복운전 아냐"…검찰 '기소유예' 업무 편의에 경종 [디케의 눈물 19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3.16 05:02
수정 2024.03.16 05:02

청구인, 뒤차 경적에 욕하며 급정거해 보복운전 '기소유예'…헌재, 청구 받아들여 처분 취소

법조계 "청구인, 횡단보도 앞에서 감속한 것…교통법규 지키고자 한 것이지 보복 목적 아냐"

"검찰, 사안 중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고려해 추가수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 내린 듯"

"기소유예 받고 억울해하는 피고인 상당히 많아…헌법소원 통해 기본권 침해 다퉈 큰 의의"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뒤차가 경적을 울리자 욕설을 하며 급정거한 운전자를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 처분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청구인은 당시 횡단보도 부근에서 감속을 했기에 보복 운전 목적이 아닌 교통법규를 지킨 것이라고 판단돼 처분이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검찰이 업무 편의를 위해 사건을 안일하게 처리한 것이라며 애초에 '혐의 없음' 처분이 나올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억울해하는 피고인들이 많은데, 헌법소원을 통해 기본권 침해를 다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보복운전(특수협박)으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3월 마포대교에서 차량 운행 중 경적을 울리는 뒤차 앞에서 급정거를 해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브레이크를 잡은 것은 마포대교 진입구간이자 횡단보도 근처인 지점에서 서행하기 위해서였다'며 특수협박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청구인은 감속지점이 곡선 구간이자 횡단보도 부근이어서 감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또 피해자가 경적을 강하게 울리자 당황해 욕설을 하며 감속한 것일 뿐 협박할 의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청구인의 감속을 보복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해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끝으로 "검찰은 추가 수사 없이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데일리안DB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청구인이 보복 목적으로 이유 없이 급정거한 것이라면 보복운전으로 봐야겠지만, 청구인의 경우 횡단보도 앞에서 감속을 한 것이다"며 "그렇다면 급정거의 이유와 목적은 교통법규를 지키고자 한 것이지 보복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급정거에 보복 목적이 있었는지 당시 청구인이 처한 상황 등을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수사 의무를 해태하고 만연히 보복목적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검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검사 입장에서는 '헌법소원으로 다투지 않겠지'라는 생각에서 사건을 안일하게 처리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며 "정확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피의자를 소환해 당시 상황을 추가 조사하고 혐의가 불명확하다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려야 한다. 특히 피해자도 소환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청구인이 급감속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청구인과 피해자를 추가 조사하는 등의 내용을 종합해 처분했다면 충분히 '혐의없음'이 가능했던 사안으로 보인다"며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업무 편의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검사의 행동은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희란 변호사는 "청구인은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검찰의 처분으로 자신의 행위가 범죄로 오인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대로 된 검찰 처분을 받았다면 특수협박으로 오인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평등권 침해를 주장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입장 및 여러 사정을 참작했을 때 고의가 없었다고 본 것 같다"며 "보통 가해자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억울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이번 사례는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통해 다시 한번 기본권침해를 다투어 봤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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