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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안 낳으면 최소 10억 아낀다"…한 명이라도 잘 키우려는 부모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4.03.15 05:02
수정 2024.03.15 19:24

서울시 공개, 2022년 둘째 이상 출생아 수 12만578명…20년 만에 73% 급감

워킹맘들 "둘째 생기면 아빠 퇴직 시점 늦어져, 둘째 낳으면 비용 2배"…경제적 원인, 가장 커

"맞벌이에 한 명도 버거워…형제 없을 아이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한 명만 잘 키울 생각"

사회적 만혼 분위기·가치관 변화도 영향…전문가 "일·가정 양립 정책 강화하고 국가 양육 분담해야"

아이 손ⓒ게티이미지 뱅크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첫째 아이 출산도 줄었지만, 둘째 아이 이상 낳는 비율도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등 경제적 원인이 무엇보다 크고 일과 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돌봄 공백, 사회적 '만혼'(晩婚, 나이가 들어 늦게 결혼함) 분위기, '한 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가치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14일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 공개된 2022년 출산 통계에 따르면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전년(2021년)보다 3950명 줄어든 1만2578명으로 집계됐다. 첫째 출생아 수는 2만9958명, 둘째 출생아 수는 1만848명, 셋째 이상 출생아 수는 1730명이었다. 서울시의 둘째 이상 출생아 비중은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낮다. 2002년까지만 해도 46만553명을 기록한 둘째 이상 출생아 수가 20년 만에 72.98%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첫째 아이 출생아 수의 감소 폭(45.14%)과 비교할 때 1.6배를 웃도는 속도이다.


둘째 이상 출생아 수 감소가 이토록 두드러진 이유는 경제적 원인이 가장 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이모(34)씨는 "자라는 아이를 보면 너무 예뻐 둘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둘째가 생기면 아이 아빠의 퇴직 시점이 늦어져 외동 확정"이라며 "형제가 없을 아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불쑥불쑥 들지만 둘째 생각은 완전히 접었다. 한 명만 잘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방과후 활동비까지 포함하면 영어유치원 하루 비용이 10만원에 달하는데 둘째 낳으면 비용이 2배"라며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최소 10억은 굳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워킹맘 박모(34)씨도 둘째를 가질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다. 김씨는 "첫째 아이가 4살이라 너무 터울이 커지지 않게 둘째를 가질지 남편과 상의도 해봤지만 지금 맞벌이에 한 명도 버겁다"며 "한 명 더 낳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출근 전 아이 유치원 등원을 남편과 번갈아가며 준비하고 하원 공백이 생기면 급하게 반차를 쓰는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아이들ⓒ게티이미지뱅크

또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둘째 이상 출생아 수 감소 요인으로 거론된다. 서울시가 공개한 2022년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34.39세로, 전년 대비 0.53세 상승했다. 37세에 결혼해 40세에 시험관으로 첫째를 낳은 김모(42)씨는 "어렵게 첫 아이를 가지고 둘째를 시도하고 있는데 나이가 적지 않아 난자가 2개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결혼 생각이 없다가 남편을 뒤늦게 만났다. 시간 싸움인데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 양립이 쉽지 않다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아이를 좀 더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좀 더 좋은 용품을 사야 하는 등 아이를 많이 낳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잘 키우자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며 "30대 여성들의 고용률이 70%정도 되는 등 워킹맘들이 많은데 아이를 한 명 더 낳는 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0~1세,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 등 양육 공백이 생기고, 초등학교 등하원으로 빚어지는 '학원 뺑뺑이'에 맡기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무엇보다 일 가정 양립 정책을 더 강화해 고질적인 돌봄 현상을 촘촘하게 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봄을 받고 집에 오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국가원로위원회 위원인 김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는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봤을 때 현재 20세 미만 청소년과 앞으로 10년간 태어날 아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숫자가 적은 세대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아이양육을 국가가 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 세대들이 성인이 된 후 아이를 많이 낳아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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