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에 난감해진 드라마?…‘현실’에 울고 웃는 콘텐츠들 [D:이슈]
입력 2024.02.29 11:41
수정 2024.02.29 13:43
전공의 병원생활 예고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시청자들 차가운 반응 이어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방송 전부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몰입을 할 수 있겠냐’라는 차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반영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메시지를 남기곤 하지만, 이렇게 ‘현실’과 직접 연결이 될 경우 폭발적인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 최근 16초라는 짧은 분량의 , 드라마 내용 조차 포함되지 않은 티저 예고 영상에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전공의가 주인공인 드라마엔 몰입하기 힘들 것 같다는 지적은 물론, “여기 전공의들도 파업에 찬성하는 것이냐”라는 날 선 의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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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대학병원 교수와 전공의들의 리얼한 병원 생활을 담는 드라마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주목을 받았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배우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등 주목받는 신인 배우들의 출연도 예고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의료계 파업 상황과 맞물려 반응이 완전히 뒤집혔다.
앞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사랑을 받으며 방송되던 당시에도 ‘미화’지적이 없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따뜻한 면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의사 미화” 또는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계관을 만들어 가는 신 감독, 이 작가의 특성을 고려하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향한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반대로 6년 전 의학 드라마 ‘라이프’는 회자가 되고 있다.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내용의 의학 드라마로, 대학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치며 의사의 역할 및 병원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었다. 특히 지방의료원 활성화를 위해 일부 필수 과를 지방으로 옮기려는 주인공 구승효의 시도에 반발하는 의사들, 그리고 그런 의사들과 논쟁을 펼치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다시 올라가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사회 문제와 맞물려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은 대중문화의 속성이기도 하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물론, 10대들도 마약에 노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마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었다. 이 가운데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 강남 일대 신종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쾌감을 선사했었다.
드라마 ‘하이쿠키’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환각과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쿠키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아 “시의적절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두 드라마 모두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이슈되기 전 기획된 작품으로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적절하게 반영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처럼, 예상치 못한 사회적 이슈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작품들도 없지 않다. SBS ‘조선구마사’가 지난 2021년 중국식 소품과 의복 사용, 실존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 등을 이유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여 방송 2회 만에 결국 폐지됐었다. 사과 및 재정비 후 방송을 재개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더욱 큰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남은 분량을 모두 폐기하며 작품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된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대중들의 공감이 필수다. 과감한 메시지를 통해 또 다른 의미를 남기는 작품도 없지는 않지만, 웃음과 감동이 늘 핵심이었던 신 감독, 이 작가의 성향을 고려하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앞날이 밝은 순 없어 보인다. 시의성을 놓친 작품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