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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만이 희망인가…그들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은 [데일리안이 간다 30]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2.16 05:09
수정 2024.02.16 05:09

공시생들 "취업난이라는 상황 확실하게 체감…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공무원 시험 도전"

"지난 해부터 시험 준비하며 1500만원 넘게 들어…부모님께 죄송하지만 한 번 더 해보라고 하셔"

"노량진에 2년 넘게 머무는 사람, 몇 년 지나도 안 될 사람 말 있어…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

경찰·소방 공무원 필수코스, 체력시험 위한 학원도…시험날짜 통일해 응시기회 적어 아쉬운 공시생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공시학원 건물.ⓒ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동. 국내 최대의 수산시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공시촌'으로 더 유명하다. 올해 기업들의 채용규모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고질적인 취업난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을 찾아 공시를 준비하는 젊은이들 역시 인강(인터넷강의) 영향으로 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취업난에 여전히 뜨거운 '공무원 경쟁'


데일리안이 15일 노량진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정모(26·남)씨는 이달 말 대학졸업식을 앞둔 예비 사회초년생이다. 정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지난해 여러 기업에 많이 지원했는데 눈높이가 높았던 것인지 다 잘 안됐다. '취업난'이라는 상황을 확실하게 체감했다"며 "이제는 학생 신분도 아니고 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강모(25·여)씨는 올해로 노량진 공시생 2년차다. 강씨는 "취업난때문에 지난 해부터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비와 교통비, 밥값 등으로 1500만원 넘게 들었다"며 "그나마 나는 집이 멀지 않아서 방값은 안들어간 것이고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지내는 사람은 돈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계속 지원을 받는 게 죄송해서 포기할까도 했지만 부모님이 올해 한번은 더 도전해보라고 하셨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강씨는 "노량진에서는 '2년 넘게 여기 머무는 사람은 몇 년이 지나도 안 될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제대로 공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동작구 노량진 공시촌의 한 체력학원ⓒ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면접시험과 체력시험도 이제는 전문가 도움 받아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의례적인 절차 정도로 여겨졌던 면접시험도 이제는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며 공시생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직렬에 따라 최종 합격인원의 1.4~1.8배수를 필기시험에서 통과시키기 때문에 면접시험이 최종 관문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국가직 9급의 경우 필기시험에서는 6959명이 합격했다. 그러나 최종 선발인원은 4985명으로 30% 가까이가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노량진에서는 필기과목 학원 외에도 면접시험을 위한 학원이 별도로 차려져 운영되고 있다. 경찰·소방 공무원의 필수 코스인 체력시험을 위한 학원도 있어 시험과목에 맞춘 훈련도 이뤄지고 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한다는 박모(23·남)씨는 2021년 의무경찰로 입대해 지난해 여름 병역의무를 마치고 아직 대학교에 복학하지 않았다. 박씨는 "의경으로 복무하며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게 됐고 사촌형이 지난해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며 "필기과목은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지만 체력시험은 한 살이라도 젊은게 더 유리할 것 같아서 복학 대신 일찌감치 경찰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촌형도 체력시험과 면접시험 모두 따로 학원을 다녔다고 들었다"며 "일단 다음달 필기시험을 잘 보고 나서 체력학원과 면접학원도 등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스터디카페ⓒ
◇지자체별 시험날짜 통일로 1년에 응시 기회는 단 '두 번'


지난 2019년부터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공무원 선발 필기시험 날짜를 같은 날로 통일시킨 것은 공시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대폭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날짜를 통일함으로써 허수 지원을 줄이고 시험 준비에 필요한 행정역량을 절약하는 긍정적 면이 더 많지만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잡고 싶은 공시생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원서접수는 지난달 22일 마감됐다. 국가직 필기시험은 다음달 23일 치러진다. 지방직 공무원 원서접수는 다음달 25일부터 29일까지다. 지방직 필기시험은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동일하게 6월 22일 치러진다. 공시생들은 국가직 1번, 지방직 1번으로 사실상 1년에 두 번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공시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숫자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의 모집정원은 4749명으로 여기에 10만3597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21.8: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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