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까지 도대체 어떻게 가라고"…한강 리버버스, 접근성 최대 난제 [데일리안이 간다 26]
입력 2024.02.07 05:09
수정 2024.02.07 05:09
시민들 "리버버스 노선, 지하철보다 시간 경쟁력 높지 않아…차라리 9호선 증설하라"
"선착장 버스 노선 신설하고 조정해도 차량 정체될 것…리버버스 아예 외면 받을 수도"
"선착장 오가는데만 30분? 2배 비싸도 지하철 탈 것…한강수상택시 전철 밟을 수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수단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리버버스로 9호선 혼잡도 줄어들 수도"
서울시가 올해 10월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한강 리버버스'는 한강에서 평균 31.5㎞/h 속도로 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을 오가는 수상 교통수단이다. 리버버스는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7개 선착장을 차례로 거치며 출퇴근 시간대(아침 6시30분~9시, 저녁 6시~8시30분) 15분 간격으로 최대 199명 승객이 탈 수 있다. 출퇴근 외 시간대는 30분 간격이고 올해 8대가 운항을 시작해 오는 2029년까지 14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이용 요금은 3000원이며 기후동행카드(6만8000원)로는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여의도와 옥수, 뚝섬을 제외한 선착장의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출퇴근 교통수단으로서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 지하철역~잠실나들목 도보 20분…"지하철보다 시간 경쟁력 없어"
6일 데일리안은 직접 선착장이 위치한 송파구 잠실나들목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잠실새내역까지 거리는 1.1km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2차례 건너고 송파둘레길로 가는 지하차도도 통과해야 한다. 마을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역 출구에서 도보로 41m를 걸어간 뒤 마을버스를 한 차례 탄 뒤 하차해 810m를 걸어서 이동해야 잠실나들목이 나왔다. 두 방법 모두 지하철 출구에서 잠실나들목까지 최소 17분이 걸렸다. 잠실나들목에 진입해도 선착장까지 또 다시 도보로 이동하는 시간이 추가된다. 지하철 하차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리버버스 선착장까지 최소 20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이 시간을 감안하면 리버버스가 지하철보다 시간 경쟁력이 높지 않다. 지하철 9호선 급행을 이용하면 여의도역에서 잠실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고작 3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잠실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IT 업계 직장인 정모(32)씨는 "한강 리버버스를 타고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단 30분 만에 간다고 해도 실제 소요되는 시간은 50분 이상"이라며 "차라리 미어터지는 지하철 9호선 증차를 해주는 게 출퇴근길에 더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리버버스가 과거 선착장까지의 접근성 문제로 외면받은 한강수상택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호텔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모(46)씨는 "살면서 한 번도 한강수상택시를 이용해 본 적이 없다"며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 해운대까지 KTX나 SRT를 이용하지, 김포공항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라며 "SRT를 타면 2시간 30분만에 해운대에 도착할 수 있는데 비행기를 타면 사천이나 김해에 내려야 한다. 그러면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이 더 걸리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 "압구정역~신사나들목 이동시간도 15분…따릉이 대여소도 2곳"
이번에는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의 신사나들목을 찾았다. 압구정역에서 신사나들목까지 거리는 882m다. 이곳 역시 압구정역에서 선착장까지 이동하는데 15분 이상이 소요됐다. 시는 "모든 선착장에 따릉이를 배치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선착장까지 가는 길목에 따릉이 대여소는 신사중학교 앞, 신사동주민센터 앞 2곳밖에 없었다. 따릉이 수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각각 17개, 12대였다.
마곡에서 신사동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선착장까지 가는데 15분, 선착장에서 내려서 최종 목적지까지 15분으로 총 이동 시간이 30분이면 지하철로는 최소 8개 역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출퇴근길에는 리버버스보다 지하철 요금이 2배 비싸도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종사자 이모(47)씨는 "리버버스가 선착장까지 접근성은 지하철보다 떨어져도 장거리를 가기에는 좋을 것"이라며 "지하철에 비해 배는 막힐 일도 없다. 커피를 마시며 한강을 보며 출근하는 것도 낭만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나들목에서 15분 떨어진 거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51)씨는 "9호선을 타는 직장인들이 리버버스로 빠지면 조금이나마 '지옥철' 혼잡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교통수단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