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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청산' 김경율의 새 타겟…'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사건이란?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4.02.10 18:00
수정 2024.02.11 07:57

노무현재단·정의기억연대 이어 정조준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44억 모금했으나

유엔 로고·명칭 무단 사용…법인취소

SH, 초대 회장 박수현 전 수석 등 고소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 불출마를 하면서까지 '86세대'의 구린 구석을 파헤쳐 지적하겠다고 전의를 다진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노무현재단·정의기억연대에 이어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를 정조준했다.


노무현재단·정의연 등은 윤미향 의원 관련 등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사건은 아직 생소한 측면이 있어, 무엇이 문제이기에 김 위원의 타겟이 됐는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설 연휴 전 마지막 비대위원회의가 열렸던 지난 8일 모두발언에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가 2019년 설립돼 지난 4년 동안 44억원을 모았다가 지난해 11월 국회사무처에서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했다"며 "초대 회장이 박수현 전 의원인데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민주당) 단수공천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이 언급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는 지난 2019년 국회사무처 비영리사단법인 등록을 거쳐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초대 회장으로 삼아 출범했다. 박 전 수석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비서실장도 지낸 만큼, 출범식에는 문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축전을 보냈다.


이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는 유엔의 명칭과 로고를 활용해가며 시중은행을 포함한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44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했으나, 알고보니 유엔과는 무관한 단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제보받은 국회사무처는 유엔과 제대로 된 협약 관계를 맺을 것을 재촉했으나, 흠결이 시정되지 않자 끝내 지난해 11월 법인 등록을 취소했다.


유엔의 명칭과 로고를 무단 사용해 44억원을 모금한 사건이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사무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큰 문제가 되자,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2월 영등포경찰서에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사건을 수사의뢰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유엔의 로고를 무단 사용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에 후원금을 사취당했다는 이유로 초대 회장인 박수현 전 수석 등을 고소했다.


김경율 "44억 모으고 법인설립허가 취소
이미 다 써버려 환수도 못해…자본잠식
유엔 사칭해가면서 정말 창의적인 수법"
한동훈 "이 정도 해야 민주당 단수공천"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장 등이 지난 2019년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출범식을 거행하고 있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유엔의 명칭과 로고 등을 사용했으나, 유엔과 무관한 임의·무단 사용인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11월 국회사무처로부터 법인설립허가를 취소당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현 전 수석은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의 검증 과정을 '적격'으로 통과한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단수공천까지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의 공천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계속 민주당 관련해서 이와 같은 기부나 수익금을 문제제기하고 있는데, 항상 보면 포인트가 선거 때가 되면 꼭 수입이나 지출이 대단히 높아진다"며 "의문스러운 게 지난 4년 동안 44억원을 모았다고 하는데,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에 25억원을 모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초대 회장인 박수현 전 의원이 44억원을 모금해서 어디에 썼느냐 하면 2022년에 '공공의 도시'라는 사업으로 3억2000만원을 지출했는데, 그 사업 지역이 충남 공주부여청양"이라며 "또 2022년에 3억5000만원을 '꿈나무 메타스쿨' 사업에 지출했는데 이 사업이 진행된 곳은 충남 공주시다. 여러 언론에 소개됐는데 홈페이지는 사라졌다"고 문제 삼았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의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된 이상, 그동안 유엔의 로고와 명칭을 무단 사용해 끌어모은 후원금의 행방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은 박수현 초대 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유엔을 사칭해 모은 후원금은 전액 환수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경율 위원은 "우리 당의 하태경 의원이 44억원을 빨리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말씀"이라며 "이미 44억원을 다 써버렸더라.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법적으로 환수할 방법이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지난 번에 정의연·노무현재단 그리고 박수현 전 수석이 초대 회장으로 있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는 유엔 명칭까지 사칭해가면서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정말 창의적인 수법으로 돈과 관련된 것을 많이 해드신다"며 "'왜 나도 그렇게 함께 하지 못했을까' 후회와 더불어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모두발언을 마친 뒤 다른 비대위원들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위원의 발언이 끝나자 "유엔해비타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모은 44억원 중에 상당 부분을 자기 지역구에서의 사업을 위해 썼다는 얘기"라며 "이 정도는 해야 민주당에서 단수공천을 받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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