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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서 뺀 돈 다시 예금으로…경제 성장 '블랙홀'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02.04 06:00
수정 2024.02.04 06:00

회전율 18.6회, 11개월來 최고

대기성 자금 4% 예금에 몰려

경기회복 온도차에 투자 주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뉴시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약 1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면서 은행에 묵힌 돈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더딘 경기회복에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은행 정기예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 ‘돈맥경화’ 벗어났지만, 투심은 위축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6회로 2022년 12월(19.9%) 이후 11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입출식 통장으로 '대기자금' 성격을 띈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요구불예금의 평균 잔액 대비 인출한 금액의 비율이다. 즉,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높다는 뜻은 경제 주체가 요구불예금의 돈을 수시로 빼냈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등락을 거듭하다 5월(16.3회) 최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같은해 9월 16.9회로 하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투자심리가 회복하면서 10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 추이 그래프. 한국은행 통계.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빠져나간 요구불예금은 상당수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몰렸다. 지난해 11월은 시중은행 금리가 연 4%를 찍고 내려가기 직전이다. 당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00~4.05%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도 913조8633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518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시 투자금은 6조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11월 초 44조원대까지 내려갔다가, 한 달 새 50조원대로 회복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한 자금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잠자는 돈'은 깨어났지만 내수까지 흘러들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6% 성장했지만, 투자와 소비가 부진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민간 소비는 0.2%에 머물렀다. 그나마도 거주자 국외소비 지출이 늘어난 덕택이다. 투자 부문은 설비투자가 3% 성장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으로 건설투자는 4.2% 감소했다. 1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금리인하 지연…“3%여도 예금 최고”

이같은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차단 등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채권 등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은행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까지 정기예금 수요를 부채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26조360억원 줄어든 590조71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3조3228억원 증가한 862조6185억원에 달했다. 이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로 내려갔음에도 예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정기 적금(46조4876억원)도 같은 기간 6244억원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면 돈이 돌기 시작하지만,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투자보다는 예금으로 몰리는 추세"라며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온 돈이 내수 회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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