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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대형마트 문 닫아도 전통시장은 안 간다" [데일리안이 간다 20]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1.26 05:07 수정 2024.01.26 05:07

시민들, 정부와 서울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 추진에 대체로 긍정적 반응

"소비자 입장에선 안 반길 이유 없어…전통시장, 불친절하고 상품 질도 균일하지 않아"

"마트 문 닫으면 내부 체육시설도 이용 못 해…온라인 주문하면 되는데 굳이 시장 갈 사람 있겠나"

전문가 "마트 문 닫으면 온라인 쇼핑 하는 시대…시장 상인들 불안하다 불평보다는 경쟁력 키워야"

25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홈플러스 강서점. 한 남성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가 예상보다 효과가 미비하자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25개 자치구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고, 온라인 새벽 배송이 가능하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들은 대형마트 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의무휴업 규제 폐지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 시대에 오프라인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특히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25일 오후 데일리안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았다. 마트 입구 앞에는 '금주 일요일(27일)은 정기휴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서울시내 전체 대형마트는 둘째·넷째주 일요일 의무휴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무휴업 규제는 지난 2012년 전통·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됐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월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아울러 해당 시간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조치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따랐다. 대형마트 규제로 떨어져 나온 수요는 대부분 시장이 아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3년 1502개였던 전국 전통시장은 2021년 1408개로 되레 줄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공휴일·주말에도 규제를 받지 않고 새벽과 휴일에 배송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시장 거래 규모는 2013년 38조4978억원에서 209조8790억원으로 약 445.2% 성장했다.


25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홈플러스 강서점. 영업시간과 정기휴무일을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22일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는 주말에도 마트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는 김지향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이 23일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를 골자로 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유통조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의무휴업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이날 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의무휴업 규제 폐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모씨(30대·남)는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의 영업일을 법으로 정해둔 것을 예전부터 공감할 수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 반길 이유가 없다"며 "전통시장은 여전히 손님에게 불친절하고 상품의 질도 균일하지 않다. 마트가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에 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모씨(30대·여)도 "홈플러스 4층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에 다니는데 마트가 쉬면 골프장도 닫는다. 매주 일요일마다 문을 여는지 확인해야 하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며 "서초구는 벌써 바뀌었던데 강서구도 서둘러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모씨(40대·여)는 "사실 일요일이 아니면 가족들끼리 나와서 함께 장 볼 시간이 없다. 이걸 시장 상권을 보호하겠다고 막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장은 주차 공간도 협소하고 상품을 담을 카트도 없어 너무 힘들다. 요즘은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물건을 시키면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데 굳이 불편하게 시장에 가는 사람이 있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홈플러스와 이마트 모두 오는 28일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네이버 갈무리

의무 휴업일 변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트 직원 임모씨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우리(직원들)는 주말에 일할 생각에 벌써부터 힘들다. 직원들은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며 "오늘 아침에도 직원들이 '큰일났다'고 걱정하더라"라고 푸념했다.


김모씨(가명)는 "아직 강서구는 이야기 나오는 게 없지만 걱정이 앞선다. 가족들이랑 유일하게 시간 보낼 수 있는 날인데 이제 행사 참여도 어려울 것 같다"며 "주말은 전 직원(판매직)이 출근할 정도로 바쁘다. 지금이랑 비교해서 업무강도도 엄청나게 높아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이나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주말에 대형마트가 닫으면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하는 시대"라며 "대형마트 규제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시장 상권 발전에 큰 효과는 없었다. 효과가 없다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 상인들도 막연히 불안하다고 할 게 아니라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유럽 등 해외 시장에 가보면 컨셉이 확실하고 볼거리가 많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너무 열악하다. 그런 시장에 누가 가고 싶겠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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