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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콩 ELS 삼자대면에 은행 변호사 대동 요구 '잡음'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4.01.25 13:31
수정 2024.01.25 16:26

법률 지식 부족한 민원인에게 압박감 작용

銀 잇단 요청에…고객 동의 전제로만 가능

DLF 사태서도 같은 문제…5년 전 논란 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불완전판매 민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조사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삼자대면에 은행 측이 변호사 대동을 요구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민원인들에게 불합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지만, 은행 쪽의 잇단 요구에 금융감독원은 민원인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변호사가 함께할 수 있도록 제어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5년 전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동일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은행이 또 다시 변호사 동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적절치 못한 행보란 비판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KB국민은행을 비롯해 홍콩H지수 ELS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분쟁민원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민원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민원조사는 금감원 관계자·민원인(홍콩H지수 ELS 가입자)·판매사 직원이 삼자대면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절차다.


문제는 은행 측이 삼자대면에 변호사를 대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원인으로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가 되지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률적 지식을 갖춘 변호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위화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민원인들은 자칫 말실수가 '약점'으로 작용할까 하는 압박감을 크게 받는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금감원은 현재 민원인의 동의가 있을 때만 변호사를 대동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바꾼 상태다. 삼자대면 초반에는 변호사 대동을 원칙적으로 불허했지만, 은행의 요청이 지속되자 일부 길을 터준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정한 조사를 위해 변호사를 대동하지 못하게 했다"며 "그 이후 판매사의 불만 등이 있었어도 민원인에 의사를 물어 허용하지 않으면 (변호사 대동을) 못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금감원은 2019년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를 조사할 때도 판매 은행이 삼자대면에 변호사를 대동하는 것을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휩싸인 바 있다. 다만 금감원은 당시에도 민원인들의 우려처럼 변호사 입회가 실제로 이뤄진 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자대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화우를 선임했고, 다른 은행들도 이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DLF와 라임 사태 당시에도 은행들은 보통 삼자대면에 변호사를 대동했다"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처음부터 법률상 꼼꼼하게 따져보고 들어가면서 면책을 강조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분쟁조정 형식에서 삼자대면을 하도록 돼 있는데, DLF와 라임 사태를 보면 삼자대면이 중요한 근거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건 은행이 어떻게 판매했는지, 판매를 강화한 이후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실질적으로 소비자 보호 기능을 했는지 등을 봐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삼자대면은 큰 의미가 없어 방식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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