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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1건당 가입액 600만원 '뚝'…강요된 '박리다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1.23 06:00
수정 2024.01.23 06:00

2202만원으로 1년 새 23.3%↓

저축보험도 보장성 상품도 위축

금리 한파에 얼어붙은 소비심리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 상품의 1건당 가입액이 한 해 동안 600만원 넘게 쪼그라들면서 20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인식 탓에 저축보험으로 들어오는 돈이 예전만 못한 데다, 보장성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씀씀이도 위축된 모습이다.


고금리 여파가 불러온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는 가운데, 생명보험업계는 생존을 위한 박리다매를 강요당하는 분위기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생보사들이 판매한 개인보험 신계약 1건당 가입 금액은 평균 2110만원으로 같은 해 1월 대비 23.3%(641만원) 줄었다.


생보사별로 보면 푸본현대생명의 신계약 1건당 가입액이 150만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0.8% 감소하며 최저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해당 금액도 514만원으로 77.3% 줄며 1000만원을 밑돌았다.


이밖에 ▲라이나생명(1318만원) ▲처브라이프생명(1457만원) ▲동양생명(1509만원) ▲NH농협생명(1527만원) ▲DB생명(1563만원) ▲하나생명(1659만원) 등의 신계약 1건당 가입액이 1000만원 대로 낮은 편이었다.


생명보험사 신계약 1건당 가입 금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상품 유형별로 보면 우선 저축성 보험의 신계약 1건당 가입 금액이 5584만원으로 18.3% 감소했다. 보장성 보험의 1건당 가입액 역시 1864만원으로 19.9% 줄었다.


저축보험의 가입액이 이전만 못해진 배경에는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는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저축보험에 고객이 몰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높은 이자율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제동이 걸리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후 한은은 기조를 바꿔 여덟 차례에 걸친 동결 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유지 중이다.


보장성 보험도 영업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고금리에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주저하게 되면서, 보험 가입에도 선뜻 큰돈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부터 가동된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인해 보장성 상품 영업이 중요해진 생보업계 입장에서 이런 현실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과거 회계기준에서 보장성 상품은 판매 첫해 보험사에 손해를 안기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이 됐다. 최근 보험사들이 저축성 상품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문제는 고금리가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올해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소비심리는 지금도 부정적인 실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8월 103.1을 나타내며 마지막으로 100을 넘긴 이후 ▲같은 해 9월 99.7 ▲10월 98.1 ▲11월 97.2 ▲12월 99.5 등으로 줄곧 두 자릿수 대에 머물고 있다.


C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장기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아 산출된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업계로서는 지갑이 사정이 예전만 못해진 소비자들을 상대로 보다 많은 계약을 따내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힘겨운 영업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맞춤형 보장을 통해 보험의 필요성을 보다 어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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