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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개 기동대'에 '빨간 마스크'까지 경호…한동훈 '광주' 공식 데뷔

데일리안 광주 =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4.01.05 00:30 수정 2024.01.05 00:30

호남 공식 '첫' 방문…경찰 280여명 경호

한동훈 "헌법 전문 '5·18 정신' 수록 찬성"

청주에선 사진 찍어주다가 기차 또 놓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8시 27분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 플랫폼. 두 시간 전 서울에서 출발한 KTX 405호 열차가 멈춰섰다. 서늘한 공기 속 묘한 긴장감 속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차에서 내렸다. 한 위원장의 공식적인 호남 '첫' 방문이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경찰 50여명이 순식간에 한 비대위원장을 둘러싸고 경호 태세를 취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플랫폼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송정역 2번 출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당 버스에 탑승할 때까지 경찰들의 근접경호는 계속됐다. 호남 출신 김경율·박은식 비대위원과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 전북 남원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의원, 윤희석 선임대변인 등이 함께 했다. 일부 시민들은 취재진을 향해 "무슨 일이 났냐" "누가 왔느냐"고 묻기도 했다.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의전 서열에 여당 대표는 일곱 번째 위치한다. 통상적으로 법적 경호 대상은 대통령 등 '5부 요인'에 준하며, 여야 대표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부산 피습 사건'이, 이날 한 위원장을 향한 '경호 진풍경'을 만들었다. 그 사건이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야권의 심장부 광주에 보수정당의 대표가 방문하는 것이니 삼엄한 경호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날엔 '한동훈이 광주에 오면 살해하겠다'는 협박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문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희정 기자

오전 9시 20분. 광주송정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광주제일고의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 한 위원장이 광주 첫 행선지로 직접 고른 장소다. 한 위원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방명록에 '2024년에, 1929년의 광주 정신을 기억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광주에서 이곳을 가장 먼저 찾은 이유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며 당황스러운 것이 내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고, 그걸 생각하게 된다"며 "광주가 가지고 있는 불의에 항거하는 레거시는 5·18운동만이 아니라 1929년 광주학생운동도 있었다. 그 점을 충분히 기리고 출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사투리'는 쓰지 않겠다던 한 위원장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여의도 사투리에 빠르게 적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도 사복경찰을 비롯한 경찰 30여명이 방검복과 방검장갑 등을 착용한 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한 위원장을 엄호했다. 빨간 마스크를 쓴 20여명의 건장한 남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광주송정역부터 이날 한 위원장 광주 일정을 종일 함께 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 당원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우리는 한동훈 위원장 경호를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라고 말했다.


유튜버나 지지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60대 여성 서너명이 한 위원장 앞으로 다가가 "위원장님 만나는 게 소원인데, 소원을 이뤘다"고 소리를 치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한 위원장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4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한동훈을 사랑하는 모임(훈사모)'과 '5·18민중한쟁기동타격대동지회'가 현수막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김희정 기자

오전 10시께 국립5·18민주묘지. 광주 일정의 가장 하이라이트로 경찰과 당 관계자들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의 28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5개 경찰서 정보과 등 경찰 인력도 경호에 나섰다. 혹시 모를 사건에 대비해 유튜버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채증을 하는 보안경찰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모습도 보였다.


묘지 입구 한쪽엔 한 위원장 지지자들인 '한동훈을 사랑하는 모임(훈사모)'이 '한동훈 비대위원장님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써있는 현수막을 높이 들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엔 '5·18민중한쟁기동타격대동지회'가 '헌법 전문 수록하라!'라고 써있는 현수막을 들었다.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유튜버는 이 현수막을 보고는 "이거 막아, 이거 막으란 말이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크고 작은 소란 속 오전 10시 7분 한 위원장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지지자들은 "한동훈!"을 연호했고, 경찰들은 앞선 일정보다 더욱 촘촘하게 한 위원장을 경호했다. 한 위원장은 먼저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의 위대한 헌신을 존경한다. 그 뜻을 생각하며, 동료 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당 관계자들과 대열을 갖춰 추모탑으로 이동하면서는 5·18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추모탑에서 헌화·묵념을 마친 후 희생자들이 있는 묘역으로 이동했다. 영혼결혼식을 올린 윤상원(시민군 대변인)·박기순 열사 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두 사람의 사랑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설명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무명 열사의 묘로 발걸음을 옮겨, 이용호 의원·박은식 비대위원과 함께 이들의 비석을 어루만졌다.


한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그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당 차원에서 잘 논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도 제시했던 공약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


한 위원장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을 때, 한 시민은 '김건희 특검·윤석열 탄핵' 손팻말을 들고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내 무명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한 위원장은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자리를 옮겨, '2024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당 추산 500여명의 인원이 모였다.


한 위원장은 "솔직히 말씀드리죠. 나는, 우리 당은 광주와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당의 승리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원들은 환호했다.


그는 지난 2일 방문한 대구광역시당 신년인사회에선 '붉은' 넥타이를 맸지만, 광주에선 '초록' 넥타이를 맸다. 초록색에 어떤 의미가 담겼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맨날 똑같은 넥타이만 맬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지만, 민주당 텃밭에서 국민의힘 당색인 '빨강'색을 강조하지 않은 예의를 차린 것으로 보인다.


신년 행사 마무리즈음엔 한 위원장과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당원들로 행사장이 북새통이었다. 60대의 중년 여성들이 한 위원장과 사진을 찍고 난 후 행사장을 나오며 걸쭉한 사투리로 "멋져부러, 한동훈이 멋져부러"라고 말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국민의힘 당원의 모습이 생소해 "언제부터 당원이었느냐"고 묻자 "우린 원래 국민의당이었는데, 안철수 대표가 넘어가면서 같이 넘어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한 중년 여성이 "우리 안철수 대표도 국민의힘에서 잘 좀 챙겨달라, 서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년 여성이 "이제 그런 말 하면 못쓴다. 새 사람(한동훈)이 왔으니, 새 사람이 잘되길 바라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 참석 직후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주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를 마친 후,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어주느라 또다시 기차를 놓쳤다.


행사는 오후 4시 20분께 종료됐지만 사진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위원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예매한 기차표는 이미 취소됐는데 남아서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말한 뒤 한시간여 동안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해 11월 대구 방문 때도 동대구역에서 3시간 동안 시민들과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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