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위기 대응' 충당금 6조…부실 사태 이후 '최대'
입력 2024.01.05 06:00
수정 2024.01.16 10:16
2010년대 초 이후 10여년 만
고금리發 대출의 질 악화 탓
리스크 비용 부담 가중될 듯
저축은행 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들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축은행업계가 부실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2010년대 초 이후 10여년 만의 일이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충격파로 금융권의 여신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취약차주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들의 리스크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들이 적립해 둔 충당금 잔액은 총 6조1509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6% 늘었다. 금융사의 충당금은 주로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쌓아둔 것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충당금이 1조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6364억원으로, 웰컴저축은행은 4674억원으로 각각 2.1%와 1.6%씩 충당금이 줄었지만 여전히 해당 금액이 OK저축은행 다음으로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2930억원) ▲페퍼저축은행(2737억원) ▲애큐온저축은행(2370억원) ▲상상인저축은행(2189억원) ▲다올저축은행(1574억원) ▲JT친애저축은행(1473억원) ▲신한저축은행(1456억원) 등이 충당금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충당금 적립액 상위 10개 저축은행.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충당금 적립액이 6조원을 넘어선 건 2011년 말(7조3163억원) 이후 거의 12년 만이다. 당시는 저축은행들에게 변곡점과 같은 시점이었다. 2011년 대규모 부실 논란으로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이후 업계는 금융당국에 의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직면해야 했다.
저축은행들의 충당금 압박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적립 기준이 되는 부실채권이 계속 불어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업계가 떠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3분기 말 6조9216억원으로 1년 새 67.7% 급증했다. 금융사들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서민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는 더욱 클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금리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올해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에서 10여년 전 부실 사태 당시의 수치가 다시 포착되고 있는 현실은 상징적인 대목"이라며 "다만 충당금이 많다는 건 부실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만큼, 부정적인 시그널로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