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넘은 이정후’ 잘 키운 키움, 포스팅 대박 행진
입력 2023.12.14 11:21
수정 2023.12.14 11:21
이정후(25)가 아시아 야수 최고액 ‘잭팟’을 터뜨리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진출,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도 거액을 챙기게 됐다.
MLB.com, 뉴욕포스트, 디애슬레틱 등 미국 현지언론들은 13일(한국시각)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82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네 번째 시즌을 마치면 옵트아웃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정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측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었지만, 보라스 측과 가까우면서도 공신력 있는 매체들이 전한 소식이라 신뢰도는 높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데뷔 첫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올 시즌은 부상 탓에 86경기(타율 0.318 6홈런 45타점) 출전에 그쳤지만, 이정후를 향한 MLB 구단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이정후에 대해 “빅리그에서도 통할 정교한 콘택트 능력. 준수한 주루 능력, 중견수로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FA 시장에서 코디 벨린저와 함께 외야수 최대어로 분류된 이정후는 벨린저보다 먼저 총액 1억 달러를 돌파, MLB 진출의 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2년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화 이글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할 때 6년 3600만 달러, 키움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의 4년 2800만 달러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체로 따져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1706억원)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총액이다. 총액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빅리그에 진출한 일본의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의 5년 9000만 달러도 넘어선다.
이정후가 대박 계약에 합의하면서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도 거액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정후는 2023시즌 종료 뒤 국내 프로야구에서 7시즌을 채우면서 소속 구단 키움 동의를 받아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으로 MLB 진출을 추진했다. 포스팅을 통해 입단하게 되면 해당 MLB 구단은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이적료를 원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
이정후는 1억1300만 달러로 5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약이다. 협정에 따라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 2500만 달러의 초과분 2500만 달러의 17.5%인 437만5000달러, 5000만 달러의 초과분 6300만 달러의 15%인 945만 달러를 모두 더하면 1882만5000달러(약 247억원)가 된다. 키움 입장에서는 1년 팀 연봉(83억원)의 2배 이상을 챙기는 셈이다.
키움의 포스팅 대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면서 약 500만 달러(66억원)를 남겼다. 다음 시즌에는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1285만 달러(169억원)의 이적료를 낳았다.2021년에는 김하성이 4년 2800만 달러(366억원)에 계약해 552만5000달러(73억원)를 키움에 안겼다. 최대 557억원이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팀이다. 이정후 입단 동기이자 ‘2023 KBO’ 2루수 골든글러브 주인공 김혜성도 2024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혜성까지 빅리그에 진출한다면 키움은 이적료를 더 챙길 수 있다. 잘 키운 선수들 덕분에 키움은 수익(이적료)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