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비난하려다…김민석, 20년 전 '철새' 재조명에 해명 전력
입력 2023.12.12 14:06
수정 2023.12.12 15:08
혁신계, '친명 전사' '셀프디스' 반격
"친명 변신해 동료 비난"에 회견 자청
김민석 "20년 전의 나를 비난하면서
오늘의 이낙연을 옹호하는 것은 위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추진 움직임을 '사쿠라(내통자·2중대) 노선'이자 "사실상의 경선 불복"이라며 비난하려다가, 되레 과거 자신의 이른바 '김민새(김민석+철새)' 전력이 불거지면서 역으로 해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김민석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20년 전의 나를 비판하며 오늘의 이낙연을 옹호하는 것은 위선이자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2년 재선 국회의원이었다가 서울특별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던 김 의원은 이후 새천년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자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고 '정몽준 신당'으로 옮겨가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당시 상황과 관련,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고 당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 노무현 대통령도 '이회창 집권을 막기 위한 충정'이었다고 자서전에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내 선택에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경시한 방법적 오류가 있었고, 지난 20년간 깊은 반성과 사과를 거듭했다. 18년 만에 복귀한 내가 정치의 원칙과 정체성을 한층 중시하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낙연 신당은 방법론을 넘어 근본적 철학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며 "과거의 내 선택을 비판한 분이라면, 백 배 더 강하게 이낙연 신당을 비판해달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 이낙연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민주당이냐 제3세력이냐. 검찰독재와 치열하게 싸운 적이 있느냐. 과연 싸울 생각은 있느냐"라며 "이낙연 전 대표는 '사쿠라 노선'을 포기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민주당 내의 혁신계에서는 김 의원이 연일 거친 언사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비판의 자격이 있느냐"며 반격하고 있다.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 윤영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02년 10월 17일 김민석 선배의 민주당 탈당은 큰 충격이었다"라며 "'지지율이 낮다고 자당 후보를 버리고 탈당을 하느냐' 그에게 그렇게 따졌던 기억이 난다"고 적었다.
윤 의원은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김민새'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10년 넘게 정치적 낭인 생활을 했다"며 "그랬던 김 의원이 어느덧 친명계로 변신해서 당의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사쿠라' 운운하고 있다. 이번에도 현실론이냐. 말이 현실론이지 그 선택의 중심에는 늘 김민석 본인이 있지 않았느냐"라고 따져물었다.
같은 모임 소속 조응천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김 의원을 겨냥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탈당하고 정몽준의 국민통합21로 옮겼지 않느냐"라며 "16년 만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추미애 대표 쪽으로 분류가 됐었는데 어느새 보니까 완전 친명 전사가 돼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런 분이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 또 당의 원로를 향해서 비난하고 저격한다. 과연 '사쿠라'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래서 '셀프 디스'라고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