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빠진듯" "헌신짝 버리듯"…野, '이상민 탈당' 해석 제각각
입력 2023.12.05 00:00
수정 2023.12.05 06:51
"민주당, 이상민 '손절' 명분 찾던 중 탈당"
'침묵의 환영' 속 이재명, '웃음 없는 미소'
연탄봉사 마친 李, 이상민 탈당 묻자 '침묵'
지지자들 "여기서 왜 그런 질문하냐" 핀잔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을 헌신짝 취급했다"는 등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이 대표를 맹종하는 '개딸'의 만행,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해온 소신파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이 의원의 탈당을 두고 "지도부 입장에선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라는 등 사실상 '침묵의 환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한 명 탈당했다.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하며 "5선 국회의원이라는 게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가. 그런데도 헌신짝 버리듯 탈당한다면 어떤 사람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의원이 탈당 배경으로 '이재명 사당화' '개딸당' 등을 지목한데 대해선 "강성 당원의 사당화라고 하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이 아니냐"라고 되묻고선 "그런 상황에서 이 의원에겐 탈당의 명분도 없고 국민의힘 입당 명분도 없다"고 질타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YTN라디오에서 "자기부정"이라며 "탈당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을 향해 "고쳐쓰기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은 부분에 대한 반박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그간 민주당이 이 의원과의 '손절' 명분을 찾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의원의 돌발 탈당 선언이 지도부 입장에선 사실상 '침묵의 환영'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와 강성 친명계의 골칫거리였던 이 의원의 탈당은 지도부 입장에선 총선 전 '앓던 이'가 빠진 것"이라며 "이 의원이 5선 중진에 '소신파' 이미지라는 점에서 징계를 내리거나, 내칠 방도가 없던 중 스스로 물러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자진 탈당은 이 대표 입장에선 '웃음기 없는 미소'라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이 의원 탈당 선언(지난 3일) 이틀째에도 어떤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다른 초선 의원은 "당내 의원들 말을 들어보면 '이상민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이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면전에서 쓴소리를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실제 이 의원이 라디오나 방송에 나가서 곤란한 발언을 하다 탈당했으니, 지도부 입장에선 일단 한 고비 넘겼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전향할 수 있다는 전망과 6선 고지에 오른 뒤 국회의장을 꿈꾼 이탈이라는 주장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이 의원과 함께 대전에 지역구를 둔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 어떤 논리로 얘기해도 이 의원의 탈당은 국회의원 자리를 연명하고, 모로 가도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고,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결국 국회의장을 위해 당과 동지들을 팔고 갔다"고 규정했다.
이에 이상민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국회의장을 하려고 탈당한 것이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국회의장을 하려면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고 거기 남아 있는 게 내게 도움이 되지, 어떻게 의장이 되려고 당을 나가겠느냐"라며 "그 논리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내외의 뜨거운 공방전과 달리 이재명 대표는 대외적으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원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 탈당에 대한 입장이 없는 이유' '이 의원이 개딸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 등을 묻자 아무 말 없이 묵묵무답으로 현장을 떠났다.
되레 이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은 질문을 하는 기자를 향해 "여기서 무슨 그런 (이상민 의원 탈당 관련) 질문을 하느냐"며 면박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