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가이드라인 강화됐지만…상식 없는 유튜브 세계 괜찮을까 [기자수첩-연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12.03 07:01 수정 2023.12.03 07:01

“미디어 속 음주 장면, 청소년의 모방심리 또는 직·간접적인 폐해가 부각”

맛있는 음식에 술을 곁들이며 나누는 진솔한 대화는 유튜브 토크 콘텐츠의 장점으로 여겨졌다. 제약이 덜한 유튜브 플랫폼의 이점을 파고든 음주 토크 콘텐츠들이 ‘리얼함’, ‘진솔함’을 무기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혀가 꼬인 채로 횡설수설하는 것은 기본, 만취해 비틀거리는 장면까지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일부 콘텐츠들이 음주 토크 콘텐츠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짠한형’ 속 한 장면ⓒ유튜브 영상 캡처

구독자 33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을 통해 공개 중인 동명의 콘텐츠는 이영지의 1:1 취중진담 쇼라고 설명이 돼 있다. MC 이영지가 연예인 게스트를 초대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비교적 단순한 콘셉트인데, 술을 마시며 한층 풀어진 게스트들이 털어놓는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금은 시즌2 종영 이후 휴식기를 가지고 있지만, 공개 당시 인기 콘텐츠의 경우 1000만 조회수까지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었다. 이영지 특유의 쾌활한 진행에, 술까지 가미돼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가 이어졌고 이것이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의 원동력이 됐었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외에도 ‘조현아의 목요일 밤’, 성시경의 ‘먹을텐데’, 기안84의 ‘술터뷰’ 지상렬의 ‘술먹지상렬’ 등 MC와 게스트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텐츠들이 꾸준히 기획되고 있다.


물론 TV 플랫폼에서도 음주와 토크를 결합하는 시도들은 없지 않았다. 대표적을 ‘스타’가 아닌 ‘사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며 진솔함을 강조한 ‘인생술집’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3년 동안 방송된 바 있다. 그러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송출되는 것은 물론, 방송국 내부 심의팀의 심의를 거치는 만큼 전개 또한 적정 수준을 넘기진 않았다.


그러나 유튜브의 음주 콘텐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는 게스트는 물론, MC 이영지 또한 혀가 꼬인 채 흥분하는 모습을 빈번하게 보여준다. 한 회차에서는 술에 취해 방송을 채 마무리하지 못해 게스트가 대신 마지막 인사를 한 적도 있었다.


신동엽의 ‘짠한형’에서도 만취한 신동엽이 휘청거리는 모습까지 걸러내지 않고 담아내며 ‘날 것’을 강조 중이다. 신동엽이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강조하는 내용까지 담는 등 음주 콘텐츠들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 중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달 29일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12개 항목으로 늘린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추가된 내용은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와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 두 가지다.


보건복지부는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 우리에게 익숙한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이 청소년의 모방심리 등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폐해가 부각됨에 따라 개정판을 만들었다”고 이번 개정안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가이드라인은 강제 사항은 아니며, 이에 유튜버 개개인의 자율 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유튜브 플랫폼에 진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던 신동엽을 비롯해 베테랑 연예인들까지도 고민 없이 음주 콘텐츠 흥행 흐름에 합류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인생술집’을 통해 음주 토크에 필요한 선을 지키던 신동엽이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을 짐작하지 못했을까. 오히려 전개의 자극성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는 등 제약이 덜하다는 장점을 악용하는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연예인들에게는, 큰 기대만큼 실망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