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 은행 특금신탁 100조…3분의 1은 논란의 ELT
입력 2023.12.01 15:10
수정 2023.12.01 17:28
금융당국 판매 제한에도 자금 몰려
홍콩 ELS 손실 논란에 제동걸릴 듯
4대 은행 본점 전경. ⓒ각 사
국내 4대 은행들이 확보한 특정금전신탁 규모가 올해 들어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이중 3분의 1은 불완전판매 논란을 겪고 있는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당국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ELT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며 특금신탁 규모도 확대된 것이다.
이런 와중 홍콩항셍(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수조원대의 손실 우려가 확대되며 이같은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특금신탁 잔액은 109조482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8%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특금신탁이 31조878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했다. 국민은행 역시 31조715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6조8233억원으로 각각 29%와 23%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특금신탁도 19조7092억원으로 39%나 증가했다.
특금신탁은 은행이 고객에게 자금을 받아, 고객이 특정한 운용 방법과 조건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특금신탁의 포트폴리오는 채권을 비롯해 상장지수펀드(ETF), ELS, 파생결합증권(DLS), 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상품을 손쉽게 투자할 수 있고 배당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어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로 은행 예·적금 금리가 낮은 가운데, 주식시장까지 조정받자 주요 투자처로 떠올랐다. 여기에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자 하는 은행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특금신탁 시장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은행 특정금전신탁 잔액 추이.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특히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아지며 특금신탁에서 ELT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했다. 2019년 이전만 하더라도 은행권의 ELT 판매 잔액 비중은 특금신탁의 10% 수준이었지만 최대 50%대까지 늘어났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특금신탁 보유량 중 ELT 비중은 33%를 차지했다. 은행별 비율을 보면 낮게는 15%에서 높게는 52%에 달했다. 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재발방지를 위해 ELT 상품 취급 총량 규제를 시행했음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그러나 홍콩H지수 급락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는데, 이번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에 금융당국이 은행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점에서 70대 고령자에게도 상품 가입을 유도한 정황이 포착, ELS 판매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은행에서 ELS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조치가 됐다고 운운하는데 자기 면피"라며 "고위험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한테 특정 시기에 많이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을 지켰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은 8조4100억원 규모로 현재 상태로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