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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서사' 없는 한동훈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11.26 00:00 수정 2023.11.26 00:00

남녀노소 모두 모였던 한동훈 지역 현장

외연확장 어려울 것이란 野 관측 무색

엘리트에게 기대했던 실력·겸손 갖춰

대중이 원하는 '정치인 상' 변화 분석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울산과학기술원을 방문한 한 장관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지지자와 학생들이 모여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대구에서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기 위해 열차 시각을 3시간이나 미뤘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전여옥 전 의원은 "BTS급 정치 아이돌이 탄생했다"고 표현했다.


정치권에서도 한 장관의 인기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특히 한 장관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으려는 시민들을 보면, 청년층과 노년층의 비율이 비슷했고 여성뿐만 아니라 2030 남성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보수층을 결집할 순 있지만 외연 확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야권의 분석을 무색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7~9일 한국갤럽이 '차기 대통령감'을 설문한 결과, 한 장관은 13%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1%)에 이어 두 번째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4%,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였는데 이들은 모두 더한 것보다 한 장관 지지율이 높았던 셈이다. 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한 온라인상 대중의 관심도를 일부 파악할 수 있는 구글트렌드를 살펴보면, 대구를 방문했던 지난 17일 88을 기록했고 울산을 방문했던 24일에는 관심도 최대치인 100을 찍었다. 대중들이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일주일 평균을 내보면 한 장관이 37, 이재명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가 2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3순이었다.


한 장관의 인기 요인으로는 국민이 상상하고 기대했던 '엘리트의 모습'이라는 점이 꼽힌다. 서울대 법대 졸업,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장, 최연소 법무부 장관 등 기록들을 새로 쓰며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전문성에 바탕을 둔 명쾌한 화법은 민주당 정치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며 보수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는 평가다. 부정부패 의혹이 지금까지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며, 깔끔한 외모와 몸에 밴 겸손한 태도 역시 긍정적 요인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그간 보수 정치인 혹은 엘리트라고 하면 거만하고 대중들과 호흡하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한 장관에게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도 예민한 질문이 나오면 회피하거나 자기 할 말만 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한 장관은 대중들의 언어로 소통을 한다"고 했다.


'큰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적 관점이 변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한 장관은 열심히 공부하고 검사로서 성실히 직분을 수행한 것 외에 정치적 '서사'가 있는 인물은 아니다. 민주화 투사(김영삼·김대중 등), 인권 변호사(노무현·문재인), 월급쟁이 사장 신화(이명박), 전직 대통령의 딸(박근혜), 자수성가(정주영·홍준표·김동연) 등의 스토리가 있는 전·현직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스토리나 포장된 이미지가 아닌 실력과 소통으로 평가받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과거에는 YS나 DJ 같은 지사형, 노무현 같은 투사형, 정주영 같은 자수성가형 리더십을 국민이 원했다면 지금은 민주화를 이루고 SNS가 발달하면서 '나의 문제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시대"라며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대를 거치며 그러한 갈증이 더욱 커졌는데, 윤석열 정부도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한 장관이 나오면서 국민이 기대감을 갖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환 국민의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 장관과 같이 '엄친아 엘리트'는 정치인 상이 아니었다"며 "예전 정치권에서는 '스토리'라는 용어가 많이 쓰였고 다들 포장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대로의 모습과 옳은 말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인 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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