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NO~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마법 시대’ [메타물질⑤]
입력 2023.11.23 07:00
수정 2023.11.23 07:00
CAMM, 다중 반진공 응용 ‘메타물질’ 개발
물질 성질 제어 기법으로 ‘소리’ 통제
저비용 간편 설치로 층간소음 해결 가능성
차량용 차음판 등 활용 가치 전천후
‘쿵쾅쿵쾅~’. 층간소음은 지친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돼야 할 소중한 집을 스트레스가 쌓이는 불편한 장소로 만든다. ‘이웃사촌’은 원수보다 못한 관계가 되고 때론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층간소음 분쟁은 정부가 나서 조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공동주택 입주민 사이 층간소음 갈등 완화를 위해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민원은 4만393건에 이른다.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6만 건이 넘는다.
층간소음의 가장 큰 문제는 해법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공동주택을 만들 때부터 바닥을 두껍게 하면 해결될 것 같아도 콘크리트가 가지는 물리적 특성상 쉽지 않다. 공사비와 안전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최근 이러한 층간소음 해결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메타물질’을 연구하는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에서 층간소음을 줄여줄 수 있는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메타물질은 전자기파, 역학파와 같은 파동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재다. 물질이 갖는 본연의 성질(물성)을 변형하거나, 자극을 줘서 새로운 물성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물성을 변형시켜 제어하고자 하는 목표물(음파, 전자파, 초음파 등)에 맞춤형 성질을 갖도록 하는 물질이다.
층간소음에 적용할 메타물질은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원리는 소음을 전달하는 공기의 밀도를 키우는 방식이다. 다중 반진공 양식을 활용해 유효밀도를 조절하는 방식인데, 쉽게 말해 소음이 메타물질을 거치면서 상쇄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CAMM이 설계한 메타물질은 62~80Hz(헤르츠) 사이 초저주파 대역에서 소음을 줄일 수 있다.
CAMM이 개발한 음향 메타물질은 무게가 가볍고 두께도 얇다. 성능은 기존 차음판보다 뛰어나다. 아파트 바닥이나 벽은 물론 경량화를 요구하는 자동차 내장 소재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연구단은 현재 견본 주택을 대상으로 실증작업을 거쳤다, 방재성능과 차음 성능을 이미 확인한 것이다. CAMM은 항공우주용 차음 패널과 차량용 차음 시트, 도로용 차음벽, 선박·건축·터널용 차음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항공우주 부문이나 잠수함 엔진 소음을 줄이는 등 국방 분야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크다.
소리의 물성을 제어하는 메타물질은 소음 속에서 원하는 소리만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소음이라는 게 각자 다른 음역(주파수)대의 소리가 뒤섞인 것인데, 메타물질을 활용해 특정 음역대 소리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상용화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불가능한 기술은 분명 아니라고 CAMM은 말한다.
현재 음파 관련 메타물질 기술은 국내 등록 특허 2건, 국외 출원 2건, 기술이전 1건의 성과를 거뒀다. 기술성숙도(TRL)는 7단계 수준으로 상용모델 개발과 최적화 단계까지 오른 상태다.
이 단장은 “연구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연구소 기업을 통해 기술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은) 진동까지 제어하기는 힘들지만, 위층과 아래층 사이 공간 차음판이나 자동차 내장 소재로 활용하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의 가벼운 물질을 인쇄하듯이 찍어내 쉽게 활용해 소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공든 탑…‘꿈의 기술’ 상용화 머지 않아 [메타물질⑥]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