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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방산 중심에선 HD현대중공업…'돈'보다 '애국'

울산 =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11.22 15:00
수정 2023.11.22 15:50

'이지스구축함' 최초 건조한 HD현대중 손 거친 ‘최신식 함정’ 정조대왕함

축구장 약 1.7배 길이 등 세종대왕함급 대비 규모 확대

자동화 기술 탑재로 승선 인원은 ↓ 승차감은 ↑

꽉찬 6·7도크…‘특수선 맛집’ HD현대중, 필리핀 초계함 건조 한창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계류된 정조대왕함 선상 ⓒHD현대

“국가방위산업에서 ‘돈’ 얘기를 하면 안되죠.”


21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특수선 야드투어를 맡은 박용열 전무는 특수선사업부의 이익률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곧이어 “손해 안 보는 게 어디냐. 기술력은 자신 있다”며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수선 건조는 실제 이익률 2%도 안되는 본전 뽑기도 힘든 분야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군용 선박 기술력은 진화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신의 방패’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Batch-I)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시작으로 서애류성룡함 등을 거쳐 현존하는 가장 첨단화된 함정 정조대왕함(이지스구축함 Batch-Ⅱ1번함)을 만들어냈다.


이날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만난 정조대왕함은 회색빛 두꺼운 ‘철갑’을 무장한 듯한 모습에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2019년 수주 후, 2021년 착공식과 기공식 후 지난해 7월 진수된 정조대왕함은 현재 시험평가가 진행 중이었다. 두달 전 미국해군 사령관도 정조대왕함을 보고 “멋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어느 선형이 가장 멋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덕분이다.


특수선사업부 대외협력 담당 최태복 이사는 “정조대왕하면 떠오르는 ‘수원 화성’같이 내실도 중요하지만, 적에게 기세가 되게 아름답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바다 위 흔들거리는 다리를 지나 직접 정조대왕함에 올라봤다. 내부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좁은 복도에 벽면은 온통 문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격실만 500개라고 한다. 통로 60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 440개로 구성됐다.


어디가 끝인 지 모를 복잡한 구조에 길을 잃을 것만 같았는데, 실제 투어 중 길을 잃으면서 정조대왕함의 규모를 한층 더 깊이 체감했다. 계속 수많은 통로를 지나고,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고 반복했다. 7~8층 규모의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총길이는 축구장 약 1.7배 되는 170m에 폭은 21m다. 경하 톤수는 8200t으로 세종대왕함급 대비 600t이 증가하고 스텔스 성능은 강화됐다.


최태복 이사는 “이지스함 경험만 올해 10년 째인데 이 모든 격실들을 아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위치 정조대왕함, 충남함 전경 ⓒHD현대

구축된 설비들도 겉모습과 걸 맞는 최신식, 최첨단이었다. 통합소나체계에 하이브리드 추진 전동기, 2개의 헬기 격납, 함내 무선 네트워크 등 다양한 기술들이 구축됐다.


또 자동화 기술도 탑재돼 세종대왕함보다 규모는 크지만 승선하는 인원은 적었다. 세종대왕 승선 인원이 300명인 반면 정조대왕함은 인원은 200명 초반이 됐다.


발전된 기술 덕에 근무 여건도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 눈으로 직접 보고 싸우는 용도였던 조타실은 전투체계 개발 후 전투실이 따로 생기면서 한적해졌다.


위에서 언급된 자동화 기술 탑재로 원하는 지점을 지정하면 배는 자동으로 이동한다.


이 자동화 기능으로 ‘승차감’이 좋아졌단 점도 강조했다. 선박도 자동차와 같이 특유의 승차감이 있단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에 빗대며 정조대왕함의 승차감에 대한 격찬이 이어졌다. 정조대왕함은 엔진 가스터빈 4대에 발전기용 3대까지 총 7대의 가스터빈이 탑재돼 최대 약 55.56km/h의 속력을 낼 수 있다.


최 이사는 “잘 만드는 것도 능력이지만 공정 관리도 중요하다”며 “원하는 날 ‘적재적소’하게 배를 만들어 인도해야 하는 것도 능력인데, 시험평가하면서 한국 기술이 굉장하단 걸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특수선 야드투어를 맡은 박용열 전무가 함정 건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HD현대
차근차근 '손맛' 더해 만드는 HD현대중공업만의 함정

정조대왕함같이 거대한 함정들도 모두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손’을 거쳐 탄생된다. 이날 특수선을 만드는 6,7도크는 꽉찬 상태로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6도크를 차지한 것은 필리핀 차기 초계함이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자국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호위함 6척과 초계함 12척을 확보하는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추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OPV) 6척(2022년) 등 총 10척의 함정을 발주했다.


함정을 부위 별로 쪼개 놓은 듯한 모습을 갖춘 선박 위에서는 소수의 작업자들이 각각의 구역에서 열심히 선박을 조립 중이었다.


눈으로 보기에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함정의 탄생 과정은 ‘레고 조립’에 비유할 수 있었다. 작은 블록들이 모이고 모여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 과정을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것도 레고 조립 과정과 동일하다. 다만 레고는 끼워 맞추는 방식이라면, 함정 블록은 용접을 통해 연결된다.


정조대왕함의 경우 100개가 넘는 블록들로 이뤄졌다. 거대한 군함을 사람이 직접 블록들을 연결해 만들었다니. 전 과정이나 완성본을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HD현대중공업의 직원의 손을 직접 거쳐 만들어진 만큼 함정들에 대한 애착도 느낄 수 있었다. 박 전무는 “이지스 구축함, 충남함 호위함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사랑 받을 전함”이라며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막대한 인건비가 든다. 보통 함정을 건조하는데 6600억원이 드는데 인건비는 최대 1600억 정도 나온다고 한다. 일감도 부족해 매출은 국내외 총 4000억원으로, 1조원을 넘기기가 쉽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은 미래와 도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계속 내딛고 있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지금보다 매출 규모를 2배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 특수선 사업 분야만으로도 독자 운영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 협력업체 300명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인력도 확대할 예정이다.


특수선사업본부장 주원호 부사장은 “특수선사업을 이끌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세계 1등 조선소가 만들면 함정도 남다르다’는 말을 들을 때”라며 “이런 평가들이 글로벌 함정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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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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