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권 '배드뱅크' 캠코에 올해만 부실채권 1000억 넘겼다
입력 2023.11.20 06:00
수정 2023.11.20 06:00
벌써 지난해 연간 규모 맞먹어
고금리 충격파에 연체율 '꿈틀'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도 악재
이자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이 올해 들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가 벌써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연간 규모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평가되는 제1금융권에서조차 부실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고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여파에 따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가 올해 들어 지난 3분기 말까지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사들인 부실채권(무담보 및 담보·보증부) 규모는 10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인수액인 1063억원의 98.6%에 달하는 수준으로, 올 4분기 추가 매입 물량을 고려하면 연간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캠코는 금융사의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공적 배드뱅크'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함과 동시에 원리금 상환 유예·연체 이자 감면 등의 지원으로 공적 채무조정을 진행한다. 채무조정으로 감면된 금액을 차주가 최종 상환하면 관련 채권을 소각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실채권이 민간시장에 매각됨으로써 취약 차주들이 받게 되는 추심 압박과 상환 부담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최근 5년간 캠코의 은행권 부실채권 인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1185억원 ▲2019년 3279억원 ▲2020년 2495억원 ▲2021년 417억원 ▲2022년 1063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400억원대까지 줄었던 매입 규모가 지난해부터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최근 할인된 가격으로 부실채권을 팔아치우는 배경에는 악화하는 자산건전성이 꼽힌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로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영향을 받아 은행권의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0.43%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p)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19%p 오른 수준이다.
앞으로도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가계와 기업의 신용 위험이 확대되면서 은행의 부실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실시한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점도 우려를 가중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금융지원 조치로 인해 상환 기한이 늘어나면서 연체가 발생해도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지원 대상자들은 지난 9월부터 분할 상환을 시작했는데, 그간 금리가 급격히 오른 만큼 상환 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NPL 시장 자체가 경기 순응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금융사의 사정에 따라 변동이 크다"며 "2020년에는 금융당국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금융사들이 전체적으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면서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끝났고, 고금리 상황도 장기화하고 있어 금융기관들도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매각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부실채권 매각 규모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