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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 넷플릭스, 영화 제작 편수 대폭 감소…콘텐츠 포화 흐름 바꾸나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11.18 08:19
수정 2023.11.18 08:19

매년 약 50편 제작→25~30편수만

넷플릭스 증후군. 관람할 작품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실제 콘텐츠를 보는 시간보다 무엇을 볼지 검색하는 시간이 더 길거나 시청을 포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넷플릭스는 끝없는 스크롤을 위해 콘텐츠 제작에 힘써왔으며 2020년에는 매주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목표를 수정했다. '다작'에서 적은 작품에 승부를 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최근 넷플릭스의 영화 담당 책임자 스콧 스튜버는 영화 매년 약 50편을 만드는 대신, 25편에서 30편 정도만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경쟁력 있는 영화만을 만들기 위한 신중한 움직임이다. 이는 벌써 시작됐다. '나니아 연대기' 새 시리즈를 위해 그레타 거윅을 연출자로 고용했으며 '결혼 이야기', '화이트 노이즈'로 인연을 맺은 노아 바움백의 차기작을 계약했다. 하지만 '우주의 주인'과 예산이 1억 3000만 달러가 편성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월트디즈니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자사 OTT를 만들면서 인기 프랜차이즈 시리즈와 계약을 하나 둘 씩 해지했고, 이 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금까지 영화 제작에 열을 올렸다. 찍어내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콘텐츠 홍수 속에서 넷플릭스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간파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영화에 유독 강세를 보였던 때가 있었다. 2018년에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OTT 영화 사상 최초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는 마틴 스콜세이지의 '아이리시맨',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가 그 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넷플릭스의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2020년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맹크'가, 2022년에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가 각각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쁨을 안았다. 그리고 '파워 오브 도그'는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반면 올해부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급속도로 사람들의 언급에서 멀어진 인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서부전선'이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과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팬데믹 동안 아카데미에서 최다 후보를 배출하고 감독상, 작품상 등 최고 권위 부문에 유력하게 언급된 것에 비해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넷플릭스가 실제로 시대 정신을 활용하고 문화적으로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팬데믹으로 멈췄던 영화 산업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극장 개봉 영화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영향도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키자 숨 고르기 하던 감독들이 신작을 내놨고, '탑건: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바비', '오펜하이머', '플라워 킬링 문' 등이 히트 치면서 OTT 영화들은 다시 긴장해야 할 때가 왔다. 현재 넷플릭스 영화는 제작하는 편수 대비와 TV 오리지널 시리즈와 비교할 때,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행히 최근에는 데이빗 핀처의 '더 킬러', 브래들리 쿠퍼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이 넷플릭스의 체면을 살리기는 했다.


할리우드 뿐 아니라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는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 TV 오리지널은 히트작은 꽤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영화는 파급력이 크지 않고 히트작도 부재 중이다. 넷플릭스 영화가 공개될 때마다 영화 성적과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이는 넷플릭스의 문제만은 아니다. OTT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각자 플랫폼들은 콘텐츠 확보 및 제작에 사활을 걸었다. 이에 콘텐츠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구독자 수 성장세는 둔해졌다. 인구가 한정돼 있는 만큼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유입되기 어려워져 서로의 유료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실정이다.


많은 양의 콘텐츠를 쏟아내기보다는,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라는 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실험적인 시도로 인한 보수적인 선택이 기회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편치 않은 소식일 수 있다. OTT 시장의 선두에 있는 넷플릭스의 새 목표 설정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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