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 요구 분출에도…이재명 그립감만 더 세졌다
입력 2023.11.14 15:01
수정 2023.11.14 18:20
당 인재 영입 총괄하고 계양을 활동 몰두
소통 라이브에서 '잼있는계양' 해시태그도
이원욱 "기득권자, 고향 경북 안동 출마 최적격"
조응천 "헌신 마음 있으면 지난해 분당 갔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장악력을 더 공고히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텃밭으로 분류되는 현재 지역구를 다지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친정 체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당내 일각의 '험지 출마 요구'가 더 분출하는 모습이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고향이 최적격이라 생각한다. 안동"이라면서 "우리 정치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득권자 중 한 명이다. 예를 들어 3선 험지 출마론이 나오는 것도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솔선수범을 보이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비명계에서는 당에 대한 이 대표의 그립이 더욱 강화되면서 '비명 공천 학살' 우려를 높이고 있고,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험지 출마 등 결단을 요구해 왔다.
이 의원은 "이미 이 대표의 최측근 위원장이기도 한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도 안동 출마를 권유한 바가 있다"라고 보탰다. 이어 "당대표가 성남시장을 두 번 하고 경기지사를 했고 그다음에 국회의원 하고 있고, 대통령 후보에 당대표까지 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기득권자가 어디 있느냐"라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의 총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총선기획단은 비명계로부터 '친명일색'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인재 영입을 위한 '인재위원장'도 이 대표가 직접 맡았다. 나아가 당 인재위원회는 '인재 국민 추천제'를 도입했다. 인재위 간사로 임명된 '이해찬계' 김성환 의원이 추천제가 "열성 당원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 일축했음에도, 이 제도가 개딸(개혁의딸) 주도하는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구 등 자신의 '총선 거취'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 들어 인천 계양을과 관련한 '광폭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천시와 민주당 인천시당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이보다 앞선 7일에는 계양구 '2023년 하반기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24억45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지역구 교육환경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유튜브를 통해 '머리하고 동네 투어하는 나 어떤데'라는 제목의 영상을 라이브로 송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머리를 염색하러 나온 김에 계양구를 돌아봤으며, 주민과 사진을 찍고 악수하는 모습을 약 1시간 40분 동안 생중계했다. 영상 아래 달아놓은 해시태그로는 '이재명'과 함께 '잼있는계양'이 함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잼있는계양'이란 '재미있는 계양' 그리고 '이재명 의원이 있는 계양'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유추가 가능하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최근 보이는 행보를 '험지 출마를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라 보는 기류다.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을 대신해 선택할 지역구 예시로는 고향인 경북 안동, 정치1번지로 불리는 종로가 거론됐던 상황이다. 성남시장 재직으로 인연이 있는 지역인 성남 분당도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조응천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자꾸 비명 중진들을 '험지에 가라'라고 얘기하니까 당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비명계에서 험지 출마) 말씀을 하시는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대구 등 험지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조 의원은 "만약에 그렇게 험지 출마할 용기가 있고 그런 희생과 헌신을 할 마음이 있었다면, 지난해 인천 계으로 가지 않고 분당으로 가 안철수 의원과 붙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상민 의원도 전날 채널A 방송에서 "이 대표가 그렇게 (험지 출마에) 용기를 내서 할 배포가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계양을에 가서 저렇게 염색도 하고 길거리에 다니는 것을 유튜브로 켜고 (방송하는 것은) '여기를 사수하겠다'라는 의지 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