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영남 험지출마론'에 뿔난 與 의원들…"낙동강 발언 사과하라"
입력 2023.10.31 00:15
수정 2023.10.31 09:09
30일 의총에서 '인요한 비판' 한목소리
김용판 "TK에 깊은 영혼의 상처 줬다"
류성걸 "혁신위원들 거취 먼저 정해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영남 중진 험지출마론' 발언에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TK(대구·경북) 의원들이 발언에 나서 인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인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초선의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인 위원장이 낙동강 하류 세력을 운운하며 대구시·경북도민에게 깊은 영혼의 상처를 준 것에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재선 류성걸(대구 동구갑) 의원도 의총에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혁신위원들을 향해 "먼저 거취를 결정하라"고 말하며, 아울러 "대구의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인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이 맞다"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곳은 TK였다. 그런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뒷전에 서라'는 말 자체가 마치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는 격"이라고 했다.
이어 "인 위원장이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말했다지만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의 입장"이라며 "대구·경북을 잡아 놓은 고기 취급으로 인식했다. 이건 해당행위에 준하는 언동이다. 인 위원장이 정중히 사과하는게 맞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 정권 때도 4·19 혁명에 앞서 대구 학생들이 봉기한 '2·28 민주운동'이 일어났을 만큼 대구는 깨어있는 곳"이라며 "요즘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거기 기름 부은 것이 인요한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PK(부산·울산·경남) 5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PK 지역에도 험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K 의원도 "부산은 중도층 바람에 가장 민감한 곳으로 결코 쉬운 지역이 아니다"라며 "특히 울산에는 손에 꼽히는 험지가 여러 곳 있다"고 했다.
TK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영남 의원들에게 서울에 가서 출마하라는 것은, 육상 선수한테 수영 대회 나가서 금메달 따라는 것과 같다"며 영남 선거와 서울 선거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TK 의원은 "인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얘기한 것이 아니냐"며 "통합은커녕 갈등만 커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인 위원장은 당내 비토 분위기에 대해 일단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자신의 '영남 중진 서울 험지 출마' 발언에 대해 "정확하게 영남, 경상남·북도의 경쟁력 있는 훌륭한 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도왔으면 좋겠다라고 한 것"이라며 "이름을 거명한 것도 없고, 거기에 더 큰 의미도, 더 작은 의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경우에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인이 득을 봤는데 이젠 문화를 바꿔서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사상의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총에서 나온 사과 요구에 대해선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확인하고 나중에 답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인 위원장의 '영남 중진 험지출마론'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김기현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권 스타 중진들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인 위원장의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혁신위원회에서 아직 제안해 온 바가 없다"며 "제안을 정식으로 해오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혁신위가 이제 시작했으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여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니 좀 지켜보고 당의 입장에서 대표와 상의해 발언할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