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관광공사, 초유의 국감자료 민간인 유출 사태…징계·감사·고발 논의키로 [2023 국감]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10.30 11:20
수정 2023.10.30 17:35

1년반전 퇴직해 민간인 된 文정권 때 전직 사장

에게 자료 통째로 건네고 '예상질의와 답변'까지

유인촌 "정말 부적절한 행위"…철저 감사 약속

문체위, 31일 상임위 차원 형사고발 논의하기로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2020년 문재인정권 당시 관광공사의 '대북 퍼주기 사업'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관광공사에서 올해 국정감사를 받던 중 국회의원실 요청 자료를 이미 민간인 신분이 된 전직 사장에게 통째로 건넨 사상 초유의 '국감자료 민간인 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말 부적절한 행위"라며 인사 조치와 함께 철저한 감사를 약속했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상임위 차원의 형사고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체위는 오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관광공사 임직원의 조직적인 국감 방해 행위에 대한 징계 처분과 감사원 감사 청구, 형사고발 등을 논의한다.


앞서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난 문재인정권 때 있었던 관광공사의 '대북 퍼주기 사업' 실태에 주목했다.


관광공사는 그간 대북지원에 나선 선례가 없었으나, 지난 2020년 P단체의 대북지원사업 제안서를 받자 돌연 공사 차원에서 3000만원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까지 동원해 추가로 1억2000만원, 도합 1억5000만원을 마련해 지원했다.


P단체는 통일부로부터도 1억5000만원을 수령해 도합 3억원으로 브로커를 통해 수수료를 지급하고 북한에 콩기름 등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P단체의 운영위원회를 맡고 있는 박모 씨는 윤지오 북콘서트, 최순실·전두환·MB 부정축재 환수토론회 등의 활동을 펼친 특정 성향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공사, 2020년 대북지원 제안한 P단체에
자회사까지 동원해 도합 1억5000만원 건네
P단체 운영위원장, '윤지오 북콘서트' 등 전력
질의하려 국감 증인 채택하자 자료 통째 유출


이러한 실태를 들여다본 이 의원은 혈세 낭비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대북지원 당시 관광공사 사장이던 안모 전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문체위의 관광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사장을 상대로 "P단체에서 브로커를 이용해 브로커가 수수료 3%를 받고 북한에 전달했다고 한다"며 "대북지원 물자를 잘 전달했는지 확인했느냐. 북한에 전달했다는 인수증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안 전 사장은 "공사에서 국회에 낸 자료를 달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거기에 인수증이 있더라"며 "의원이 팩트를 확인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받은 자료에는 분명히 3~4월에 (물자 전달이) 이뤄졌고 인수증은 4월 22일자로 돼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지점은 '공사에서 국회에 낸 자료를 달라고 해서 읽어봤다' '내가 받은 자료' 등의 대목이다.


이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전직 사장이라고 해도 엄연한 민간인 신분인데 공공기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아무렇게나 받아볼 수 있느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언제든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확인 결과, 관광공사의 본부장·실장·팀장 등 최소 5인이 안 전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직후 의원실 요청 자료와 공사 내부 자료 등 26건을 안 전 사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자들은 자료 유출 뿐만 아니라 안 전 사장에게 대북지원사업 추진 경위와 관련한 예상질의와 답변까지 작성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관광공사 본부장·실장·팀장 등 최소 5명 연루
"전직 사장이라 해도 엄연한 민간인 신분인데
기관이 자료까지 만들어 보고? 있을 수 없다"
공사 핵심 보직에 '특정 성향 인사' 포진 탓인가


이용 의원은 지난 26일 종합감사에서 "안 전 사장이 지난달 25일 증인으로 확정되자 A본부장이 전임 사장에게 국회 출석을 알리는 유선통화를 하고 B실장에게 자료를 전달하도록 구두 지시를 했다"며 "B실장이 C팀장에게 자료를 요청했고, C팀장은 E본부장에게 보고한 뒤 B실장에게 자료를 건넸다"는 유출 과정을 폭로했다.


이어 "B실장은 지난달 27일 안 전 사장에게 '이번 국감에서 관련 내용 질의가 예상되니, 참고하도록 자료붙임으로 보내드린다. 따뜻한 추석 되시라'고 이메일을 보냈다"며 "첨부자료를 확인해보니 총 26건의 자료를 통째로 넘겼다. 내가 요구했던 자료는 '이용 의원실' 이름이 적힌 채로 나갔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질의답변도 포함됐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2020년 P단체 대북협력사업 관련 보고'라고 따로 자료를 만들어서 공공기관이 민간인인 안모 증인에게 보고를 한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6월부터 9월까지 이용 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 내역과 함께 (공사가 한) 주요 답변과 대응 경과, 상세 개요와 국감 과정에서의 예상 질의와 답변까지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감에 출석한 유인촌 장관을 향해 "해당 관련 직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와 명확한 징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된다"며 "장관의 생각은 어떠냐"고 다그쳤다.


이에 유 장관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산하 기관에서 정말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생각"이라며 "국감 자료를 외부에 제공하는 일이 기관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인사 조치 정도가 아니라 철저한 감사를 통해서 결과를 다시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관광공사 핵심 보직에 특정 성향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이미 1년 반 전에 퇴임한 전 정권 인사에게 국감자료가 통째로 건네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함과 동시에, 조직적인 국감 방해 행위가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됐는데도 관광공사 내에서는 아직도 전(前) 정권을 맹종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라며 "문제가 되고 있는 연루자들에 대한 엄격한 인사 조치와 감사를 통해 공사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