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된 '반도체의 날', 산업역군들은 '협력'에 입 모았다[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10.30 07:00
수정 2023.10.30 07:00
26일 개최된 '제 16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장 모두 '협력' 강조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26일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16회 반도체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임채현 기자
"대한민국 반도체는, 우리가"
26일 '제16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건배사 선창에 모든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경계현 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등급 산업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반도체의 날은 반도체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1994년 10월 29일을 기념해 2008년부터 시작된 행사다. 'IT강국 코리아'의 기술적 근간이 된 국내 반도체 산업과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사기진작 및 협력 체제 강화 등을 목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관 하에 매년 개최되고 있다.
국내 수출액 기준 1위를 차지하는 국가 중추 산업이지만, 올해는 유독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연초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로 다운 턴이 온 것에 이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다. 이날 최고 상을 수상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역시 "경기가 참 좋지 않다"라는 말로 소감 포문을 열어야 했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올해 매 분기 수조원대의 적자를 연속으로 기록했다. 동시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시행에 촉각을 세우며 사업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 했다. 한국반도체 산업 협회장을 맡고 있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기념식에서 "반도체 산업의 지난 30년보다 최근 1년의 변화가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라고 발언한 배경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일까. 이날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모인 업계 주역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 단어는 '우리'와 '협력'이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늦어도 3년 이내 세계 반도체 1등 지위를 되찾겠다. 모두가 협력하면 미래 주인공은 대한민국 반도체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단상에 올라 금탑산업훈장을 목에 건 뒤에도 "대한민국 반도체는, 우리가"라는 건배사로 협력을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6일 서울 코엑스 '반도체 대전' 관람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임채현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이날 앞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업계-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의 중요성을 내비쳤다. 그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정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 리스크에서 벗어난 것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해소됐기에 저희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고 SK하이닉스라는 한 회사를 떠나 전 세계 공급망에 기여할 수 있는 차원이다. 저희 입장을 잘 고려해 준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라고 했다.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 해였지만, 다행인 점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양사의 적자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내년부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비동의'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이 무산된 점도 국내 업계가 한숨 돌릴 수 있는 대목이 됐다.
시장 주도권을 노린 일본과 미국 업계의 2년에 걸친 야심찬 합종연횡 시도가 성공했다면 낸드플래시 최강자인 삼성을 단번에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메모리 반도체 절대 강자=한국'이라는 등식 성립의 파괴가 가능했던 위기였다. 해당 기업의 시장 입지가 최우선권으로 고려된 부분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일조한 셈이다.
최근 반도체는 글로벌 각국의 경제 안전 보장 문제와 깊숙이 엮여있다. 기업 주도가 아닌 국가 주도의 사업 모델이 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이 와중 국회 반도체 특위의 방만 운영과 정부의 예산 삭감 소식도 바깥에서 종종 들려오고 있다. 단순히 분기별·연도별 실적 단위를 떠나 모두가 똘똘 뭉쳐 '한국 반도체' 위상을 1등으로 올리겠다는 산업역군들의 다짐이 무색해지지 않게 정부-업계 간의 긴밀한 공조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