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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신보 출연료 1조 육박…인센티브 효과 미미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10.26 06:00
수정 2023.10.26 13:06

지난해 8844억 지출…해마다 증가세

고정금리 비중 높이면 우대요율 0.10%

"근본적 방안은 장기 자금 조달 여건"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이 부담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가 해마다 늘어나며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은행의 비용 부담도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당국이 그동안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은행의 주신보 출연료를 낮춰주는 방안을 시행했지만 실질적 유인 효과는 미미한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19개 은행이 지출한 주신보 출연료는 5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6091억원 ▲2019년 6771억원 ▲2020년 6543억원 ▲2021년 7634억원 ▲2022년 8844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이 기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규모가 470조원대에서 640조원대로 불어나면서 출연료 지출도 확대됐다.


주신보 출연료는 가계가 신규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을 받을 때 가산되는 비용이다. 정부는 주택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출연료 납부 의무를 부여하고 보증· 대위변제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정책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에 쓰이기 때문에 세금 성격의 금리로 볼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은행들의 주신보 출연료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시행했다. 주신보 출연요율은 기준요율에 차등요율과 우대요율을 합산해 결정된다. 이때 은행들이 당국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 목표를 초과하면 우대요율 최대 0.06%를 감면받게 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혼합형도 고정금리 비중에 포함해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는 은행권의 자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낮아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됐다. 은행들이 자체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늘리도록 유인 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한다. 가산금리에 포함되는 주신보 출연료가 줄어들면 더 낮은 이자율의 주택담보대출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신보 출연요율 인하 카드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뒤따른다. 실제 은행권이 지난해 지출한 주신보 출연료는 88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9%(1210억원) 증가했다. 반면 은행권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신규취급액 기준) 비중은 지난해 1월 47.8%에서 같은 해 6월 44.7%로 반년간 3.1%포인트(p) 되레 하락했다. 이 기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52.2%에서 55.3%로 3.1%p 상승했다.


주신보 출연료를 낮춰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음에도 은행들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이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지난해 8월부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의 증감 추세가 역전됐다.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기준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소비자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더 선호한 영향이다. 결국 지난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의 전체적인 추세는 공급보다 수요 측면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에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과제 중 하나인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해 주신보 출연요율 인하 카드를 재차 꺼내들었다. 다만 이번에는 우대요율을 기존 0.06%에서 0.10%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목표 비중에 미달할 경우 패널티 부과 방안을 포함했다. 이를 통해 혼합형 대출 중심으로 운영된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 비중 기준을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목표로 개편할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자체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늘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금리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커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적금이나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채마저도 장기물보다 중기물 중심으로 발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면 금리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대출금리를 고정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며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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