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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역대 최초' 국빈 방문…사우디가 '통큰 오일머니' 쏜 이유는?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3.10.23 13:59
수정 2023.10.23 15:56

양측 "최적의 파트너" 공감대 형성

한국·사우디 경제협력 규모 60조원으로 확대

정상 공식 오찬에 이재용 등 기업인도 이례적 배석

사우디, '비전 2030' 중점 협력국에 경험 갖춘 韓 지목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 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외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통해 관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순방은 사우디의 강력한 의지로 성사됐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 행보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한국과 사우디는 '최적 파트너'라는 점에 공감하고, 양국 협력을 기존 에너지·건설 분야에서 첨단산업·관광·문화교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공식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동석했다. 이는 관례상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외교관·관용 여권 사증 면제 협정'을 비롯해 수소·통계·식품 협력 등 5건의 협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은 총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양국은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현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위 산업은 사우디와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사우디와) 논의하겠다"며 "우리의 우수한 방산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가 사우디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 방산 수출 성과를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와 방산 수출 논의 단계와 그 규모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계약 성사 단계에 와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온 경제 협력 규모만 보아서도 적극적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를 알 수 있지만, 이번 방문 성사 추진 과정에서도 이같은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 이루어진 이번 방문은 주변의 우려와 달리,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대방은 우리가 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지 않고 반드시 이번에 상호 계획한 대로 와줬으면 좋겠다는 강한 입장을 먼저 피력해 왔다"며 "크게 순방 일정 (검토)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처럼 적극적 행보를 보인 것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석유에 의존하던 기존 경제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1930년대부터 석유 채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경제 전체가 '오일머니'로 돌아간다고 봐도 될 정도로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다. 반면 제조업 등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딘 국가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은 과거 제조업을 기반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룩했다. 1980년에는 사우디의 명목 GDP가 1645달러로 한국(653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지만, 8~90년대 한국은 이를 가뿐히 추월하며 22년까지 37년간 GDP 규모에서 사우디를 앞서고 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산업 동력을 키운다는 목표로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는 성장의 경험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우디는 5개국을 '중점 협력국가'로 지정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5개국은 미국·중국·일본·인도·한국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첨단 제조 기술과 단기간에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야말로 사우디 비전 2030의 대표적인 중점 협력국으로서 최적의 파트너"라면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사우디 국빈 방문을 통해 한 사우디 관계를 과거 탄소 기반을 넘어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우리가 70년대~80년대 중동 개발 붐으로 경제 성장 계기를 만든 것처럼 '신(新) 중동경제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동 전쟁 속에도 사우디가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이번 순방에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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