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미 효력정지"…9·19 군사합의 '핀셋 조정' 이뤄지나
입력 2023.10.12 07:00
수정 2023.10.11 22:08
신원식, 연일 감시·정찰 능력 강조
정부 차원의 '조율된 입장'은 아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계기로 9·19 남북군사합의의 맹점이 주목받는 가운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연일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시사하고 나서고 있다.
신원식 장관은 1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대화력전수행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군사합의로 인해 대북 우위의 감시·정찰 능력이 크게 제한됐다"며 "이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자위권이 위협받고 있다.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잘못된 9·19 합의 중에서 시급히 복원해야 할 사안에 대해 최단 시간 내에 효력정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 장관은 전날에도 이스라엘이 감시·정찰 부족으로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히며 조속한 군사합의 효력정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신 장관은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임박한 전선 지역 도발 징후를 실시간 감시하는데 굉장히 제한이 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방어하는데 제한사항이 있으면 적극 개선 노력을 하는 게 국방부 장관의 책무"라고 밝혔다.
특히 "최대한 빨리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추진하겠다"며 "(합의) 폐기를 위해서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지만,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가능한 것으로 법적인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남북은 군사합의에 따라 '완충수역'에선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비행금지구역'에선 공중정찰을 중지하고 있다.
신 장관이 주요 합의 가운데 '감시·정찰 능력 제한'을 콕 집어 반복적으로 언급한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한 '핀셋 효력정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 사례를 언급하며 감시·정찰 능력을 강조한 바 있기도 하다.
다만 범정부 차원에서 군사합의 효력정지 관련 논의가 이뤄지진 않은 상황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직 (신 장관과) 입장 교환은 없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아주 신중하게,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北 눈치 볼 수 없어"
확성기 재개는 北 '중대 도발'
맞대응 카드로 남겨둘 필요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군사합의 효력정지 조치를 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지나치게 운신의 폭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군사합의 기본정신이 '적대행위를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입만 열면 '서울 핵과녁' '주요 기지 타격'을 얘기하고 있다.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이 군사합의를 효력정지 시켜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군사합의로) 손발이 묶인 채 눈을 가리고 있다"며 "정보 수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철저한 훈련으로 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북한 눈치를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도발 등에 따른 후속조치로 효력정지를 추진하기 보단, 북한 도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우리 역량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북 확성기 재개는 북한의 중대도발에 맞대응할 카드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공중정찰 및 훈련 등은 서둘러 정상화하되, 확성기 재개는 △영공침범 △핵실험 △국지도발 등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