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지 않는다고 계속 전화하면 스토킹…왜? [디케의 눈물 122]
입력 2023.10.06 04:58
수정 2023.10.06 04:58
법조계 "수신 거부했더라도 상대 입장에서 불안감·공포심 느낀다면 스토킹 분류"
"연인 혹은 부부뿐만 아니라 친족간에도 적용…일면식 있는 면식범 간에 가장 많이 발생"
"스토킹 범죄 당한다면 자료 남기고…경찰과 같은 수사기관 연락해 스스로 보호해야"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받았는데도 거듭 피해자에게 연락한다면 옥살이 해야 할 수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해서 전화하는 것은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수신 거부를 했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낀다면 스토킹 범죄로 분류된다며 이는 연인이나 부부뿐만 아니라친족 간에도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는 면식범이 가장 많다며 이같은 일을 당한다면 자료를 남기고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에 연락을 취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대구지법 형사항소3-1부(김경훈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A 씨는 유산 상속 문제로 이모 B씨, 외숙모 C 씨와 민사소송을 하던 중 2021년 10월에서 지난해 1월 사이 욕설 등이 담긴 전화 문자메시지를 B 씨와 C 씨에게 각각 389차례, 63차례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1월 법원으로부터 접근·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 결정을 받고도 B 씨와 C 씨에게 각각 19차례, 48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법무법인 일로 오종훈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별하고 있는데,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 사건과 같은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스토킹처벌법에 의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스토킹 행위'가 아닌 '스토킹 범죄'다"라며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에서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의 행동은 이에 해당한다. 즉 수신 거부를 했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면 스토킹 행위로 본다는 판결이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부부 사이라도 상대방 의사에 반해서 성관계를 맺으면 성범죄가 성립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라며 "연락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상대방에게 지속해서 문자나 통화가 걸려온다면 자료를 남겨야 한다. 이후에는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에 연락을 취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보통 경찰에 연락을 취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해준다. 이는 남성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일 때도 마찬가지다"라며 "이 사건 피고인처럼 스토킹 범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재차 피해자에게 연락하게 된다면 집행유예가 사라져 기존의 형을 같이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태룡 김태룡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 면식범이 가장 많다. 이 사건 피고인처럼 친족 사이에서는 '우리가 친분이 있다'고 판단해 스토킹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이 스토킹의 시작점인 유산 상속문제에 있어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형사 범죄를 저지른 것이 피상속인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징역형 실형을 내리지 않고 집행유예 선고를 내린 것은 가족 간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며 "또 피고인이 사회에 남아있더라도 일반 대중에게 커다란 위해를 가할 정도의 사람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