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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 실패에 수사동력 타격 입은 검찰, 불구속 기소할 듯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09.27 13:33 수정 2023.09.27 14:12

법원, 27일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피의자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 여지"

확보한 증거만으로 범죄 혐의 개연성 있을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법원 1차 판단 내려

검찰, 영장 기각 사유 분석해 혐의 사실 보완한 뒤 이재명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검찰은 수사동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영장 기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검찰 정기 인사로 수사팀이 재편된 만큼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1500여쪽 분량의 의견서와 이 대표가 직접 서명한 공문서 등을 제시해가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주요 혐의인 배임 및 뇌물죄는 확보한 증거들만으로 범죄 혐의가 개연성 있을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1차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 조건인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은 만큼 '정치탄압 수사이자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백현동 의혹에 대해 이 대표의 관여를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은 검찰이 그나마 치명타를 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영장 기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법조계 인사들의 시각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일단 이 대표의 혐의 사실관계를 촘촘하게 보강해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성남FC 사건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되자 약 한 달 뒤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병상에 누워있다 ⓒ뉴시스

검찰은 이번에도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혐의 사실을 보완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검찰 정기 인사로 수사팀이 재편된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현동 사건으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25일자로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으로 이동했고, 함께 대장동 본류 수사를 맡았던 강백신 전 반부패수사3부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새 수사팀이 수사 기록을 전면 재검토해 증거관계를 보강한 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 이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대표를 겨냥한 잔여 수사는 동력을 잃고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민간업자 김만배 씨 등도 더욱 입을 굳게 다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428억원 약정' 의혹은 미궁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인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의혹으로, 검찰은 이 대표가 428억원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들에 대장동 개발 사업의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김 씨가 428억원이 자신의 것이라고 줄곧 주장하고, 이 대표에게 약정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지목된 정 전 실장이 진술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백현동 개발 사건에서 배임 동기로 의심하는 이 대표의 경제적 이익 부분 수사도 어려울 수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대관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 씨에게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200억원을 주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인허가 사항,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 200억원 중 50%는 이 대표와 정진상에게 돌아갈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시행사가 2015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시유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면서 성남시로부터 용도변경, 대부료 감면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닮은 꼴이란 평가를 받는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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