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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리부트-下] 기술로 시장 뚫는자가 '승자'…韓 메모리·파운드리 해법은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3.10.01 06:00
수정 2023.10.01 06:00

파운드리 경쟁, 2025년부터 한국·대만·미국·일본 4강 체제 전망

중국 바짝 쫓고 있는 메모리 기술…격차 벌리려면 AI향 초격차 기술로

기업은 투자와 R&D로, 정부는 인프라 지원으로 반도체 생태계 구축 필요

삼성전자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한국 수출의 20%를 담당해온 반도체가 휘청이고 있다.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추세에 제조사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첨단전략물자로 반도체가 지목되면서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간 경쟁까지 격화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기술 우위를 지속해온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를 아우르는 필승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로에 선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우리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의 창조자."(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대표이사 사장, 9월 서울대 강연)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비용 절감, 체질 개선, 고객 만족에 집중하겠다."(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2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


'반도체 한파'로 글로벌 전역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경쟁 열기는 뜨겁다. 반도체 혹한기를 기회로 삼아 신기술 투자를 지속, 다가올 업턴(상승 국면)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초격차 기술 우위를 갖춘 기업이 '반도체 봄'을 맞았을 때 가장 막대한 수혜를 입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반도체 기술 강국 및 기업들은 이 같은 체질 개선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황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선단 공정 개발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반도체 설계(팹리스)·위탁생산(파운드리) 기술도 앞서기 위해 대규모 R&D·시설투자를 단행중이다.


1일 글로벌 기업들의 파운드리 로드맵을 종합하면 2025년부터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시장은 내년 매출 규모가 182조원을 기록, 올해와 견줘 13.2%의 뚜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가장 의욕적인 곳은 미국 인텔이다. 지난달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가진 연례 개발자 행사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나노(㎚·10억분의 1m)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1.8nm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양산중인 3nm 보다 앞선 공정이다. 7nm를 생산중인 인텔은 연말 3nm 양산에 돌입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1.8nm 웨이퍼를 생산 라인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초 인텔은 내년 하반기 2nm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6개월 이상 앞당겼다. 인텔의 계획대로 1.8nm가 양산 단계에 돌입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경영진이 직접 나서 파운드리 로드맵을 밝혔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TSMC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그런가하면 30년 넘게 파운드리 강자로 군림해온 TSMC는 3nm 공정에서 '삐끗'했다. TSMC의 3나노 핀펫(FinFET) 기술을 적용한 애플 신제품 아이폰15에서 발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핀펫 방식은 전력을 통제하는 접촉면이 윗면-앞면-뒷면 등 총 3면인 구조를 말한다. 업계는 14nm~5nm까지 핀펫 기술이 주로 사용되고, 3nm부터는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 기술이 주류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TSMC는 핀펫 기술을 3nm에서도 고집하다 모바일 AP(앱 프로세서) 성능 저하 문제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발열 문제가 커질 경우, TSMC의 차세대 공정 양산 로드맵도 줄줄이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2nm 미세공정 생산라인 도입은 2025년부터다.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은 인력 부족 등을 문제 삼아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늦췄다.


타이완 신주공업단지 내 위치한 TSMC 본사 전경.ⓒTSMC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이를 겨냥해 9월 서울대 강연에서 "우리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의 창조자"라고 강조했다. GAA는 게이트는 3면 외에 아랫면까지 쓰는 4차원 방식으로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손꼽힌다.


삼성은 GAA 기술을 통해 초미세 공정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GAA 기반 3n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2025년부터는 모바일향부터 2nm 공정(SF2)을 양산하겠다고 했다. 수율(양품 비율)만 받쳐주기만 한다면 TSMC 못지 않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이 예상된다. 2025년부터 파운드리 지각변동이 감지되는 이유다.


삼성, TSMC를 잡기 위해 8개 일본 기업이 뭉친 라피더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라피더스는 신규 공장을 통해 2nm 공정 반도체를 2025년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년 뒤 라피더스의 기술이 입증된다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한국 양강 구도에서 대만·한국·미국·일본 4강 체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은 선단공정 파운드리에 대한 막대한 자본투자를 집행 중"이라며 "아직 공고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2025년 전후 치열한 기술력 및 수주 경쟁이 전망된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인텔 본사 앞에 있는 로고.(자료사진)ⓒ로이터/연합

파운드리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끊임없는 경쟁력 제고가 요구된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중국 현지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는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기술 굴기'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한국-중국 기업간 메모리 기술격차는 D램은 5년, 낸드는 2년 내외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고 글로벌 반도체 위상을 유지하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가 유일한 대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가진 HBM(고대역폭메모리)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36.3% 성장세가 예상된다. 2027년 기대 매출액은 51억78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 수준이다.


서버용 AI 시장을 중심으로 HBM의 강한 수요가 예상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AMD로부터 HBM3 최종 품질 승인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4분기부터 HBM3 공급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HBM3P(5세대)에 대해서도 엔비디아·AMD 4분기 샘플 공급을 예상했다.


서버 시장 외에도 모바일, PC 시장 역시 내년부터는 뚜렷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전망기관인 가트너는 스마트폰 및 PC 수요가 내년에 들어서며 전년 대비 10.4%, 9.0%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대로라면 스마트폰, PC 등에 두루 탑재되는 D램과 낸드는 공급과잉을 딛고 시황 회복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기업이 글로벌 생산설비 투자와 R&D(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면, 정부는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관련 법 제정 등으로 지원사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인텔, 라피더스, TSMC 등 경쟁 기업이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민·관이 협력해 기술 우위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 갈 길이 먼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서는 메모리 분야 역량을 토대로 팹리스(설계) 기술을 강화하는 한편 산·학 연계 및 협력 활성화를 통한 파운드리 성장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R&D 지원 뿐 아니라 핵심 소부장 및 인재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대항전으로 번진 반도체 전쟁에서 경쟁 우위를 이어가려면 다각적이고도 긴밀한 전략이 요구된다"며 "민·관은 다가올 반도체 지각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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