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설탕에 육류도 비상’ 식품‧외식업계 “추석 이후가 진짜 고비”
입력 2023.09.27 06:48
수정 2023.09.27 11:59
원유 가격 상승, 내달부터 흰우유 등 가격 인상
원당 가격 12년 내 최고 수준…하반기 설탕 가격에 반영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추석 이후 본격적인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으로 최대한 내부에서 인상된 원가율을 감내하고 있지만 설탕, 우유, 육류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과 외식에 사용되는 주요 식재료 품목 가격 상승 영향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는 흰우유를 비롯해 유제품 가격을 최대 10% 이상 인상할 예정이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편의점 기준 흰우유 1리터는 3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우유의 경우 가공유나 발효유 등 유제품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빵, 아이스크림 같은 다른 가공식품은 물론 카페 등 외식업계에서도 사용량이 많은 품목이다 우유 가격이 상승하면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가공식품 핵심 원재료 중 하나인 설탕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의 설탕 선물 가격은 톤당 723.57달러로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에서 발생한 가뭄 등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최대 생산국인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제한하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선물 가격이 실제 국내 설탕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작년 말과 올 초 원당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실제 인상분이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식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육류 가격도 심상치 않다. 올 추석의 경우 소고기 가격이 작년 추석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추석 이후에는 다시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가을부터 겨울까지 극성을 부리는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 시즌이 본격화된 탓이다.
실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경상도를 중심으로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어 관계 당국이 확산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나선 상태다.
주요 식재료 가격 상승에 더해 그간 인상을 자제해온 식품‧외식업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상 자제 발언 이후 한 차례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지만 원재료 상승분이 누적된 만큼 가격 인상 도미노 재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중견‧대기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지만 영세한 업체가 많은 외식업계에서는 인상된 인건비, 공공요금 등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고기 가격은 아직까지 변동이 없지만 같이 나가는 쌈류 등 채소 가격이 작년보다는 30% 정도 더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고기는 시세가 바로 바로 적용되기 때문에 들여오는 가격이 오르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