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판 교사들, 같은 문제 수능 출제됐다면 최소 징역 4년" [법조계에 물어보니 240]
입력 2023.09.21 05:21
수정 2023.09.21 05:21
교사 24명, 수능·모의평가 출제하고 학원에 팔아 최대 5억원 수익…교육부, 경찰에 고소 및 수사의뢰
법조계 "문제 판 이후 출제 참여한 경우 업무방해…출제 후 판매하면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
"수수 금액 따라 벌금형으로 안 끝나고 정식재판 가능성…한국, 입시 비위 처벌 수위 높아"
"2016년 문제 유출 처벌 강화 위한 개정안 발의됐으나…실제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워"
입시학원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상 '킬러문항' 등을 만들어 판 현직 교사 24명이 과거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법조계는 "입시 관련 비위는 죄질이 불량하고 사안이 중대해 정식재판을 통한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며 "만약 학원에 판매된 문제가 수능 문제와 동일하거나 유사했다면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져 최소 징역 4년 이상의 실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교육업체에 수능 예상문제를 판매하는 등의 영리 행위를 자진 신고한 현직 교사 322명 중 최소 24명이 수능·모평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 중 출제 참여 전 사교육 업체와 거래했던 4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1명은 모의평가 출제만 참여했고 3명은 모의평가와 수능 출제에 관여했다.
반대로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이후 문제를 판매한 22명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품수수 금지'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진이 출제 기간 알게 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하겠다고 서약하는데 이를 어기고 문제를 판매한 만큼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교사들이 문제를 팔며 1인당 최대 5억원에 달하는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대학 입시에서 수험서 집필 등 결격사유를 속이고 문제 출제에 관여하였다면 죄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이 예상된다"며 "또한 평가원 위탁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면서 출제의원 근무 사실 등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도 집행유예 이상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위반의 경우에도 수수 금액 정도에 따라서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고 정식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이상 판결이 가능하다. 결격 사실을 속이고 출제의원으로 참여한 것과 출제의원 참여 사실을 알리고 사설 기관에 문제를 판 것 모두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입시 관련 비위는 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어 처벌 수위가 높다"고 부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수능과 모평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데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있음에도 거짓으로 서약하고 출제에 참여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또한 공직자 등은 법이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됨에도 문제를 사교육업체에 판매했다면 청탁금지법에 따른 '금품수수 금지'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만약 수능에 출제됐던 문제가 유출됐거나 학원에 판매된 문제가 수능 문제와 동일하거나 유사했다면 최소 4년 이상 실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당시 답안지를 유출한 쌍둥이 부친이 업무방해 혐의로만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은 점, 수능 문제 유출은 범행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처벌 수위가 더 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능 유출을 방지하고 처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16년 발의되기도했는데 실제로 개정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