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식행사서 자화자찬 늘어놓은 문재인…"경제·안보 지금보다 좋았다"
입력 2023.09.20 00:00
수정 2023.09.20 00:00
퇴임 후 첫 연설서 성과 언급하며 尹정부 작심 비판
"GDP 10위권내 진입 시기는 盧·文 정부 때 뿐"
"코로나 때도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 면모 과시"
尹정부 군사합의 폐기론엔 "안전핀 제거하는 것"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다."
"문재인 정부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공식행사 연설은 자화자찬으로 점철돼 있었다.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퇴임 후 1년여 만에 서울을 찾은 문 전 대통령은 5200여자 분량의 연설에서 재임 시절 경제·외교·안보 성과를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작심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 서울을 방문한 것 모두 지난해 5월 퇴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1000명에 가까운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당시 청와대 참모들, 지지자들 앞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로 남북관계는 파탄났고, 진영 외교에 치우쳐 경제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에서 시작하여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역대 정부는 긴 공백기간을 뛰어넘으며 이어달리기를 해왔다"라며 "이어달리기가 될 때마다 남북관계는 발전하고 평화가 진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다. 그럴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며 과거 서독 사례를 언급한 뒤 "우리 역시 이어달리기가 중단 없이 계속됐다면 남북관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교훈을 '평화가 경제'로 규정하면서 "지금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경제의 규모, 즉 GDP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해 10위권에서 밀려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당 국민소득을 봐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문재인 정부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불을 넘었는데, 지난해 3만2000불 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문재인 정부는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라며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바 있고, 적자재정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기간 동안 국민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라며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부자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동맹을 최대한 중시하면서도 균형 있는 외교를 펼쳐나가는 섬세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훈수를 뒀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된 무력 도발에 맞서 윤석열 정부에서 9·19 군사합의 폐기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고 있는 지금도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군사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모두, 관계가 악화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사합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준수해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언젠가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에도 군사합의를 더욱 발전시켜 재래식 군비까지 축소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남북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 간에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도 없었다.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안보 성적과 경제 성적을 비교해 보면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페이스북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공유하며 재임 시절 임금 불평등 축소, 임금 격차 감소 등이 개선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 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노동분배율 대폭 개선, 장시간 노동 및 실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사고 사망자 대폭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와 조직률 많이 증가, 파업 발생 건수와 근로 손실 일수 안정,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자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