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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국회 [기자수첩-정치]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3.09.18 07:00
수정 2023.09.18 07:00

이재명 단식이 남긴 것

'극단정치 고조' 확인 뿐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동료 의원들의 중단 요청을 뒤로한 채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대표 시절의 YS(김영삼 전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 단식에는 명분과 결실이 있었다. YS 단식은 87년 6월 항쟁 기폭제가, DJ 단식은 지방자치제 출발점이 됐다. 오늘의 야당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명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원하는 결실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의 단식이 남긴 것은 '극단정치 고조' 확인, 단 하나다.


국회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사건이 생겼다. 연이어 이틀 이 대표 단식을 촉구하며, 그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흉기난동·자해소동을 벌였다. 지난 14일 50대 여성이 국회 본청 앞 농성장 앞에서 소리를 지르다가 경찰의 퇴거 요청을 거부하고 경찰에 흉기를 휘둘렀다. 다음 날엔 70대 남성이 본청 안 민주당 당대표실 앞에서 '혈서'를 쓰려고 시도하며 엄지손가락에 자해를 시도했다.


여성의 손에는 이 대표 지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남성의 손에는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건 근본 원인은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자) 같은 극단세력을 이용해 왔던 민주당의 동원 정치"라고 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우리의 주장을 펼치는 방식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민주당 당원이고, 지지자라면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여야는 모두 극단정치를 우려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극단정치를 이끄는 사람은 이 대표다. 그는 지난달 31일 단식 투쟁을 선언하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폭력에 대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대한민국이, 그리고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나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제1야당의 무능함도 스스로 인정했다. 이 대표가 진정으로 책임을 느꼈다면, 여야 협치를 시도하는 방식을 꾀했어야 한다. 국민 지지는 오히려 올라갔을 것이다. 이 대표의 말뿐인 책임과 명분 없는 단식이 '피 흘리는 국회'라는 이상한 결말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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