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작으로 감춘 부동산·소주성 실패 논란…文은 몰랐을까 [정국 기상대]
입력 2023.09.18 00:00
수정 2023.09.18 00:00
'文 부동산·소득 통계조작' 의혹 일파만파
김기현 "文 직·간접적 관여 여부 밝혀야"
대통령실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
文측 "조작 없었다…감사원의 감사조작"
감사원 감사 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과 소득 등 통계에서 광범위한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정치적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통계조작이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엉터리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가격과 소득, 고용, 분배에 관한 정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왜곡했다"며 "이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당시 통계조작에 가담하고,배후에서 국기문란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지시한 인사들을 끝까지 발본색원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강경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업으로 치자면 분식회계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상대방인 해외 투자자와 해외 시장이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될 일"이라고 했다.
물론 문 전 대통령 측은 "조작은 없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장관 및 청와대 출신으로 이뤄진 정책연구 모임 사의재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전 정부의 통계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조작"이라며 "무능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가리려는 정국 돌파용 정치쇼"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14일 발간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하며 △고용률·청년고용율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격차 감소 △임금 불평등 축소 △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사고 및 사망자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 증가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었다. 통계조작 의혹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대목이다.
불리한 통계 나온 뒤 통계청장 전격 해임
교체 뒤 마법처럼 좋아진 소득분배 지표
김현미 "집값 상승률 11%" 발언 재조명
진보단체도 "국민 속인 결과 정권교체"
하지만 문재인 정부 내내 국가공인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직원들이 장부를 속이는데, 주인이 모르고 있었다면 바지사장이고, 알았다면 주범"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18년 5월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발표된 직후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은 8% 줄어든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저임금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받아들여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청와대는 '가계동향조사'의 데이터를 한국노동연구원에 제공, 개별 임금근로자 90%의 소득이 상승했다는 결과를 도출했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전 대통령 발언의 근거로도 쓰였다. 하지만 이는 자영업자와 실업자 등이 제외된 오직 임금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로 긍정적 측면만 억지로 짜낸 결과라는 비판이 당시에도 거셌다.
3개월 뒤인 2018년 8월에는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음에도 특별한 이유도 없는 사실상 해임이었다. 같은 달 발표된 8월 2분기 가계소득동향에서도 악화된 소득분배지표가 나아지지 않은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란 말이 많았다. 실제 통계청장을 교체하고 표본과 조사방식을 바꾼 뒤 소득분배지표는 마법처럼 개선됐었다.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라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미 민간 통계에서는 평균 상승률 52%라는 분석이 나왔고, 체감은 2배 이상이라는 시장의 반응과는 온도차가 너무나 확연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국가승인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변동률은 14.2%(전체주택 11.5%)"라며 "(김현미) 장관으로서는 국민께서 느끼시는 체감과 다르더라도 국가가 공인한 통계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2018년부터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을 향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 하향 조정 압박이 있었고 실제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조작이 누적돼 시장과 배치되는 "집값 상승률 11%"라는 발언이 나온 게 아니냐는 추정에 힘이 실린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진단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듯,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나온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잡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며 "국민을 계속해서 속인 결과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통받은 국민 대다수는 정권교체를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