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21대 국회 '소멸상태'…22대, 처음부터 재정비 해야"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입력 2023.09.17 05:00
수정 2023.09.17 07:35
80년생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 등 역임
"윤석열 대통령·국민의힘, 민생입법 말살"
"국회 '견제기구' 통해 일하는지 감시해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사이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열여섯 번째 순서로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만났다.
1980년생 이 부대변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중학교 초창기부터 내리 대전에서 살았다.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이듬해 언론 생활을 시작해 정치권을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다 2017년 하반기 민주당 대전광역시당 공보국장을 정치입문 출발점으로 2019년도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상근부대변인과 당 홍보소통부위원장 및 정책위부의장을 맡았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두루 거쳤다.
Q.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다. 여론은 정치의 진일보가 아닌 퇴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나.
"윤석열 정권 들어 이번 국회는 그야말로 '소멸 상태'다. 여야를 종합하면 국민을 위한 정책과 입법안을 놓고 제대로 분석하면서 논쟁했던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민생입법이 말살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아니었다면 국민의힘도 저렇게까지 반대했을까 생각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보수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다.
입법은 여야가 건강하게 공방을 펼쳐야하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버린다. 국회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내년 제22대 국회는 민주당이 21대에서 야당일 때 주장했던 것을 입법기관으로서 하나하나 재정비하고 실행에 나서야하는 때다."
Q.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가 정국을 덮었다. 정치권이 국민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과 이럴 때 만큼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9월초 국회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윤석열 정권 탄핵 구호가 본격화 되고 있다. 국민이 오래 참았다. 촛불문화제 참석자 대부분이 50~70대 연령의 어르신들이다. 사회자를 맡아 보면 2030 청년층은 거의 없다. 참가자 중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후회 중이라고 한다.
국민은 다 안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화가 안 나겠나. 이제서야 탄핵 얘기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민심은 이미 상당수 돌아섰다."
Q. 박근혜 정권 이후 '대통령 탄핵' 구호가 너무 쉬워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등 하나하나 짚고 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많다. 탄핵 얘기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쪽에서만 나왔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5년짜리 정권에서 국민은 2년이나 기다렸다. 새 정권이 (전 정권보다) 더 엉망진창이고, 망가지는 것 같아 국민 마음이 다 돌아선 것이다. 대통령을 한 번 탄핵해봤던 국민이기에 더 참았지만, 이젠 더 이상 참지 못해 탄핵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닐까."
Q. 친명(친이재명)계·비명(비이재명)계 등 당내 계파가 있다. 최근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다선 용퇴론' 제안이라든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체포동의안 표결 관련 이견이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의 일환인가.
"정치는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한다. 다만 반대 의견도 어느 정도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맹종하는 곰팡이 같은 자들이 있다"는 수준은 절대 안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혁신위의 다선 용퇴론에 대해선 신인이라고 무조건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당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잘 알고 시작을 해야하는데, 현재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당의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엉뚱한 소리로 국민을 속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갑론을박은 당대표 단식 이후 당내 소수를 제외하고는 없다."
Q. 당내 현안도 짚어보자. 이재명 대표 단식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되묻고 싶다. 출구 전략을 세워놓고 하는 게 단식인가. 그건 쇼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과 내각을 총 쇄신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국가의 아버지 역할인데 사과 한 마디가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조롱하고 단식장에 찾아와서 '인간 이하'의 짓을 하고 간다. 출구 전략은 없다. 이 대표는 지금 본인이 쓰러지고 병원에 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면 다시 와서 단식하겠다는 마음이다."
Q. 본인 이야기다. 최근 비명계로 꼽히는 중진 의원 지역구 '대전광역시 유성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쉽지 않다. 그러나 대전에서는 '왜 대전에서 젊은 도전자들, 패기있게 대전을 바꿔볼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가'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한 번 해보겠다, 내가 잘할 자신이 있다, 내가 더 야무지게 일을 잘 할 수 있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최근 지역 여론조사 결과 가상 다자대결에서 2위에 올랐다. 진보층만 떼놓고 봤을 때는 내가 1위였다. 현수막 한 번 돌린 적 없고 핵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서명운동, 월요일 출근 길 앞 피켓 시위, 방류 반대 현수막 활동 등을 했다. 아직은 이경을 모른다는 반응도 있고, 기대와 응원의 분위기도 있다. 다만 이경은 대전을 지켜오고, 지켜봤던 많은 이들의 대체제일 뿐이다."
Q. 제22대 총선에서 '나 이경이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런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나.
"우선 국회의원의 기초의원 공천권을 없애고, 시민에게 공천권을 부여하는 '시민공천권'을 만들고 싶다.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의 하부조직처럼 움직이는 특히, 그 중에서도 소위 '말 잘 듣는 사람'이 공천권을 받는 구조다. 이를 바꾸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또 지역마다 국회의원이 일을 잘하는 지 당원들이 모여 견제할 수 있는 '국회의원 견제기구'를 설치하고 싶다. 이렇게 해서 국회의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일을 너무 많이 해 피곤한 직업' '국회의원이 되면 생활 자체가 아주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감시하고 불편하게 만들어야 일을 더 한다. 편하고 계속하고 싶으니까 4선·5선·6선이 나오는 거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