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태우 공천 가닥…이기면 '대박', 한 자릿수 패배면 '선방' [정국 기상대]
입력 2023.09.06 00:00
수정 2023.09.06 06:49
민주당, 진교훈 전략공천에
국민의힘 '무공천'서 기류 변화
국민의힘이 내달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하기로 했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공천'에 무게를 뒀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면서 '공천'으로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염두에 뒀던 이유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서구에서 선거 승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강서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내부분열'이 일어났다는 점 등을 들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볼 만한 선거'라고 판단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두 자릿수 포인트로 지면 '대패', 한 자릿수 포인트로 지면 '선방', 이기면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평가가 내려질 전망이다.
5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오는 7일 부산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한다. 지도부는 김 전 구청장을 공천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구청장 공천은 다음 주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고 구청장직을 잃었고, 지난달 광복절 특별사면됐다.
왜 '무공천'이었나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는 패배할 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 모두가 '책임론'에 직면하게 된다.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간주되는 선거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서구는 국민의힘에 호락호락한 지역이 아니다. 그나마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김 전 구청장이 민주당 3연승을 저지하고 겨우 당선됐을 뿐, 2020총선·2022대선에서 강서구는 모두 민주당을 선택했다. 강서 갑(강선우)·을(진성준)·병(한정애) 현역 의원은 모두 민주당,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49%)가 윤석열 대통령(47%)을 앞선 곳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당초 '무공천'을 주장한 '진짜' 이유는 '어려운 선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소속 공직자의 귀책사유로 재·보궐 시 무공천 할 수 있다는 당규가 '명분'을 제공했고,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승패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지도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공천'으로 바뀐 이유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했던 김 전 구청장이 지난달 사면·복권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 고심이 깊어졌다. 무공천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김 전 구청장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자, 당 일각에서는 '괘씸하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기류가 변한 것은 지난 4일 민주당에서 진교훈 후보를 전략공천을 한 이후부터다. 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에 '검찰독재'라는 비판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검찰 대 경찰 출신' 경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도망치는 듯한 모습'이 된다. 그동안 '무공천'을 주장하던 국민의힘 지도부 내 '신중론자'들도 "이제는 피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선 국민의힘 강서병 당협위원장 역시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경쟁력과 당선 가능성 면에서 김 전 구청장으로 공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3명의 민주당 예비후보 가운데 진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지역에서 반발이 이는 등 내분 조짐이 보이는 것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긍정적 요소다. 민주당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강선우·진성준·한정애 의원은 모두 각기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는 투표율 자체가 낮기 때문에 그야말로 조직력 싸움"이라며 "그런데 민주당에서 내분 조짐이 보여, 그 틈을 파고 들면 우리 당에게도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이번 주 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선거는 어차피 국민의힘에게 지는 싸움으로 알려졌다"며 "만약 두 자릿수 포인트로 우리 당이 지면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짐을 싸야 한다. 그러나 한 자릿수 포인트로 지면 '선방'한 것으로 전략을 잘 짜면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기면 '대박'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