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가석방 없는 종신형, 어떤 범죄에 선고할 지 형사법에 구분돼 있지 않아" [법조계에 물어보니 224]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09.05 05:19
수정 2023.09.05 07:40

법무부, 가석방 허용 여부 함께 무기형 선고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대법원 "사형제 폐지 전제 논의"

법조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실상 사형에 준하는 인권침해 소지…법원이 신중한 입장 취한 것"

"위헌성에 대한 논의 충분히 이뤄져야…살인, 테러 등 일부 극한 범죄에만 적용하는 것도 대안"

"사형제 합헌으로 보는 헌재, 사실상 반대 입장…국민여론 중요, 전체 형사처벌 형량 높아질 수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뉴시스

사회 전반에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법무부가 그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제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어떤 범죄에 선고가 가능한 지 형사법에 구분돼 있지 않아 법원으로서도 난감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형제가 존치하는 상황에서 그에 못지 않은 처벌을 또 도입하는 것인 만큼 위헌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형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금고형 신설에 대해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했다.


앞서 법무부는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상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구분하고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14일부터 입법예고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인신을 평생 구속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형에 준하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형제가 존치하는 상황에서 그 못지않은 처벌을 또 도입하는 것이므로 도입을 위해서는 위헌성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며 살인, 테러 등 일부 극한 범죄에만 적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데일리안DB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반대한 사실이 있다"며 "사형과 마찬가지로 헌재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명확히 위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법원으로서는 헌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무엇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가 무엇인지 형사법에 구분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법원으로서도 난감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최근 발생한 중대 범죄들에 대한 사형 선고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과 의의가 있어 보인다"며 "사실상 이런 논의에서는 국민 여론이 제일 중요하다. 법리적, 피고인 인권 보호 측면보다 더 강한 효력을 미치는 게 여론"이라고 전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를 전제로 한다"며 "그런데 (사형은) 집행이 되지 않을 뿐 아직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징역 내지 금고는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에서 아직 사형제를 합헌으로 보고 있다. 아마 법원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 입법화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법원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수형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재사회화와 범죄예방이라는 형벌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크게 보는 것 같다"며 "또 사형제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도입되면 판사 입장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어떤 범죄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것인지 기준이 없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전체적인 형사처벌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법원 판례에서도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무기징역형으로는 사형제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점을 밝혔고, 강력 범죄의 경우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 논의는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 일반 국민의 여론, 각계각층 전문가의 의견, 비교법적인 분석 등 치밀한 법리 검토와 의견수렴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에 물어보니'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