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드모집인 대상 '갑질 방지' 표준계약서 추진
입력 2023.08.24 11:15
수정 2023.08.24 17:03
일방적인 영업 수수료 통지·변경 '제동'
근로자 합의 의무화…이의 제기도 가능
'근로법 사각지대' 특고 처우 개선 기대
회사원 이미지. ⓒ연합뉴스
카드사가 영업 인센티브를 두고 모집인에게 갑질을 할 수 없도록 근거 조항을 담은 표준계약서 개정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카드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인 특수형태고용근로자(특고)로 분류돼 더욱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었던 카드 모집인들에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 모집인에 대한 모집수수료 교섭권과 지급 명세서 교부, 이의제기 권한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위탁 표준계약서 개정안이 연내 적용을 목표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2020년 금융권 특고에 대한 불공정관행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만든 개선 방안을 영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장선이다. 특고로 분류된 카드 모집인들은 그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소속 업체로부터 갑질을 당하더라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개정안은 카드사측이 예전처럼 모집인에게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통지하거나 계약 관련 규정 등을 자유롭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제는 모집인에게 수수료 지급 내역을 세부적으로 정리해 알리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의무적으로 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우선 영업 수수료를 둘러싼 합의 절차가 의무화됐다. 모집인은 수수료 정산과 공제 내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사측은 이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확인 결과를 적정한 방법으로 통지해야 한다. 모집수수료 지급 기준이 바뀔 때에는 최소 한 달 전에 통지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사측이 회사의 규정과 지침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모집인이 상시 열람할 수 있도록 게시하거나 공지해야 한다. 해당 사항이 수수료와 연계된 내용이라면 한 달 전에 알려야 한다.
카드모집인 본인이 영업에 따른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 지 알 수 있도록 상세 내역도 표시된다. 개정안은 모집인에게 발급하는 수수료 지급 명세서에 ▲구성 항목별 계산방법 ▲지급시기·방법 ▲공제내역·기준 ▲기타 보수 또는 수수료의 지급 조건 등을 명시하도록 했다.
고용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카드사측이 제시한 수수료 지급기준을 모집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일방적인 해고가 가능했던 조항이 개정안에서는 삭제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특고를 상대로 갑질하는 회사를 제재하기 위한 '특고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특고지침)' 개정안을 만들어둔 상태다. 공정위는 최근 이를 제정하면서 신용카드 모집인 위탁 표준 계약서의 합의 없는 계약 변경에 대해 불공정함을 지적했다.
심사지침에 따르면 공정위는 과도한 신용카드 모집 건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달성한 경우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위탁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판매 목표 강제 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이 된다고 봤다.
또 사업자가 계약기간 중 수수료율 등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노무 제공자가 변경된 거래조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