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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 회장, 입지전적 금융인의 아름다운 '마침표'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8.07 10:44
수정 2023.08.07 10:44

"연임 나서지 않겠다" 스스로 용퇴

고졸 행원이 일군 파란만장 스토리

주경야독으로 회계사·행시 '2관왕'

리딩 금융그룹 키워낸 9년의 기록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KB금융그룹

고졸 은행원→공인회계사 합격→행정고시 합격→회계법인 부대표→KB국민은행 부행장→KB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아름다운 퇴장을 택하며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금융인의 발자취에 마침표를 찍었다.


고졸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후 주경야독으로 회계사 시험과 행시에 모두 합격한 뒤 대형 회계법인의 부대표 자리까지 올랐다가, 쉰에 가까운 나이에 은행권으로 컴백해 결국 금융그룹 회장 자리까지 꿰찬 윤 회장은 파란만장한 경력이 입증하듯 천재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전적인 행보를 이어 왔다.


이른바 KB금융의 암흑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해 위기 극복은 물론 리딩 금융그룹으로의 성장까지 이뤄낸 윤 회장이 이제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차기 수장 인선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윤 회장은 KB금융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성 작업을 벌이고 있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측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그는 올해 11월 말로 끝나는 공식 임기를 마지막으로 50년 간 이어져 온 금융인 커리어에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야간으로 학사·석사·박사 '진기록'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경력.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윤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한 1973년 고졸 행원으로 옛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했다. 행원으로서 일하면서 야간으로 성균관대학교를 다닌 지 7년 만인 1982년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윤 회장은 행원과 야간 대학생 생활에 더해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리고 은행에서 나와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직장이 바뀌는 와중에도 이듬해인 1981년에는 제 25회 행정고시까지 패스하며 고시 2관왕을 달성했다.


다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계사 생활을 계속해야 했던 윤 회장의 상황은 그가 계속 금융인의 길을 걷게 만든 숙명 같은 일이었다. 윤 회장은 행시에 붙었지만 안타깝게도 시위 전력에 가로막혀 관료 사회에 발을 디딜 수 없었다. 훗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4~25회 행시 면접에서 시위 참여를 이유로 탈락을 결정한 건 잘못이라고 결론 냈다.


하지만 그는 회계법인에서도 낭중지추의 존재감을 뽐냈다. 윤 회장은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지 19년 만인 1999년에 부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야간으로 석사에 박사까지 따낸 노력은 지금도 윤 회장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이력이다. 그는 회계법인에서 일하며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경영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영학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박사 학위 취득 후에도 방송대 법학과에 진학해 법을 전공했다.

◆인생 분수령 만든 선배의 '삼고초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14년 1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나름 승승장구하던 윤 회장의 인생에 분수령을 만든 건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안목이었다. 김 전 행장은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일하던 그를 삼고초려 끝에 재무전략본부장 부행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이렇게 윤 회장은 47세의 나이로 다시 은행원 배지를 달게 됐다. 당시 김 행장이 인사 보도자료를 내면서 '상고 출신 천재'라는 문구를 넣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KB국민카드를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의 회계 처리 문제로 2004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자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10년 KB금융의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윤 회장은 마침내 2014년 11월 KB금융의 CEO 자리를 맡게 됐다. 그의 앞에 놓인 주변 사정은 최악이었다. 그가 취임하기 직전까지 전임 회장 다수가 중도 사퇴하거나 해임되고 내분에 휩싸이는 등 KB금융의 안살림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이같은 지배구조를 시나브로 안정시킨 점은 윤 회장의 임기 초반 최대의 공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이후 3연임에 성공해 올해 11월 말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이로써 그는 2008년 KB금융이 지주 체제로 닻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가장 오랜 기간 회장직을 지킨 인물로 남게 됐다. 해당 임기 동안 KB금융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리딩뱅크로 발돋움했다.


윤 회장이 CEO가 됐던 2014년까지만 해도 KB금융의 연간 순이익은 1조4007억원 정도에 머물렀다. 당시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을 갖고 있던 신한금융이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였다. 하지만 윤 회장의 임기를 거치며 KB금융은 순익 4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만 2조996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2조6262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 그룹금융을 예고하고 있다.

◆새 회장 누구? 한 달 간 펼쳐질 '레이스'
허인(왼쪽부터)·이동철·양종희 KB금융그룹 부회장. ⓒKB금융그룹

윤 회장이 용퇴를 결심하면서 그를 이을 후배들은 홀가분히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현직 선배와 대결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짐을 덜면서, 자신을 어필할 레이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새로운 KB금융 회장의 유력 후보로는 우선 내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허인·양종희·이동철 등 KB금융 부회장 3인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도 내부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8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 1차 후보군을 선정한 뒤, 이번 달 29일에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하고, 다음 달 8일에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를 확정 지을 계획이다.


윤 회장은 회추위 측에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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