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 흉기난동, 목적 드러나지 않아…테러방지법 적용은 어려워" [법조계에 물어보니 205]
입력 2023.08.05 06:03
수정 2023.08.05 06:03
검경, 흉기난동 사실상 테러로 규정했지만…법조계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 '목적범'에만 적용"
"서현 흉기난동 피의자, 국가·지자체 권한행사 방해하거나 공중 협박 목적 없어…적용 어려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현재 '묻지마 범죄' 관련 가중처벌 규정 없어"
"살인예고 글, 대상 특정 안 돼 협박죄 적용 어려울 듯" vs "장소·시간 명시 협박죄, 구속 수사해야"
지난달 21일 '신림동 흉기 난동'에 이어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검경은 이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를 사실상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를 공표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는 국가 또는 지자체 등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공중을 협박할 다만, 목적이 필요한 '목적범'에 적용된다"며 "서현역 흉기 사건은 이같은 목적이 드러나지 않아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살인예고 글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는 법조계 의견이 엇갈렸다.
4일 대검찰청은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 대한 테러 범죄에 대해 반드시 법정최고형의 처벌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각종 흉악범죄로 국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비상 상황이고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흉악범죄는 사실상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현행 테러방지법을 이번 사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테러방지법은 테러에 대비한 정보수집 등 근거 마련이 주된 취지라서 이 사안에 부합하는 규정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며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되면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겠지만 정신적 상태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중상해나 특수상해로 의율 되는 경우 충분한 형량이 부과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는 국가 또는 지자체 등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공중을 협박할 목적이 필요한 '목적범'에 적용된다"며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은 이런 목적이 드러나지 않아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2인 이상의 사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한 사람을 가중처벌 하는 조항이 추가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현재 묻지마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도 "윤 청장도 이번 서현역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짓기보다는 '사실상 테러 행위'라는 수사적인 의미의 표현을 했다"며 "다중에 대한 생명 등을 침해하는 범죄, 특히 묻지마 살인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살인보다 좀 더 엄한 책임을 묻는 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흉기난동과 맞물려 잇따르고 있는 살인예고 글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서는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현행법상 범죄가 성립할 여지가 적고 적용도 불가하다"며 "살인예고 글 게시만으로도 살인예비죄를 적용해 위하력을 보여주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 살인예비음모죄 적용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불특정 다수라고 해도 장소, 시간 등으로 피해자 무리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협박죄 성립이 가능하다"며 "협박죄에서 협박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사람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범행 시각과 장소를 명시해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썼다면 충분히 협박죄가 성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잔혹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장난으로 살인 예비 글을 올리는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한 만큼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구속 수사 후 실형을 선고해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줘야 하고 수사 기관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 시민 안전에 대한 위협인 만큼 단순한 협박죄와 같은 판결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