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사심 없다"면서 오해 살만한 광폭행보…결국 출마? [혁신위가 혁신대상? ④]
입력 2023.08.03 00:00
수정 2023.08.03 00:00
金,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 일축했지만
성과 미미한데 방송 출연 등 광폭 행보
당 안팎선 "자기 정치한다" 평가 여전
"설사 생각 있더라도 당 위해 접어야"
"혁신위원회 활동에만 전념하겠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사심(私心)이 전혀 없다." (7월 12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본인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혁신위의 일련의 행보가 결국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혁신위가 각계 각층 인사와의 접촉 폭을 넓히고, 전국을 돌며 당원을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하면서다. 당내에서도 "김은경 위원장이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는 말까지 나왔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사심이 전혀 없다. 다음 학기에 4과목 강의가 있다"고 답했다. 혁신위 활동이 마무리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분명한 불출마 선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원장은 정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결단 있게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런데 (행보를 보면) 이제 그냥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과거 민주당 혁신위원장들의 행보와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위원장이 당을 쇄신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보다 전국 순회 간담회 진행, 잦은 방송 출연 등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 비하' 논란 등 잇단 설화를 빚으면서도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는 것도 이러한 비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은경 위원장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은 했는데, 당 안팎에서는 그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논란이 계속 심화하는데도 명확하게 사과를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런 얘기들이 돌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김은경 위원장 본인이 총선에 나가고 싶어하고, 또 혁신위원들이 총선 출마 욕심이 있으니 이렇게 이재명 대표 코드에 맞추고 강성 당원들에게 아부하는 것 아니냐"라며 "혁신위원들에게 '총선 출마 안 할 것이냐'라고 물어보면 '안 한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들 욕심 때문에 혁신위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간 현역 의원이 아닌 당 혁신위원장은 자리가 가진 권한의 크기와 존재감 때문에 '총선 출마설'에 휩싸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시절 혁신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상곤 혁신위원장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2015년 6월 1일 당무위를 소집하고 "나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을 것이며 혁신에 모든 걸 바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일반 정치인으로 길을 바꿨기 때문에 총선에 대한 관심이 당연히 있지만, 혁신의 임무를 맡은 이상 모든 걸 내려놓는 게 해야 할 바라고 생각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위원장직을 포석으로 총선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의심이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고 혁신 동력을 얻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상곤 위원장의 이 같은 선언에도, 당내에는 그의 '총선 역할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김상곤 혁신위'가 마련한 혁신안이 제도에 모두 반영된 '성과'를 냈기에 가능했다. 당시 혁신위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 △현역의원 하위 평가자 20% 공천 배제 △당원 소환제 도입 △안심번호 통한 국민공천단 경선 실시 △공천 경선시 결선투표제 도입 등 11차례 발표한 혁신안을 2번의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에 반영했다. 이 때문에 혁신위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활동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달리 '김은경 혁신위'는 비전 제시도, 혁신 성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당에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는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가 붙은 채 수용돼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호 혁신안으로 발표한 꼼수 탈당 방지책도,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김홍걸 의원의 복당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말 뿐 만인 혁신'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은경 위원장의 설화까지 반복되면서 당내에서는 설사 김은경 위원장이 총선 출마 생각이 있더라도, 당을 위해 의지를 접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은경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 나오고 안 나오고는 사실 본인의 선택이지만 당을 위해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라며 "지금 당장 안 나온다고 해서 향후 선거가 또 있기 때문에 뭐든 바라보고 갈 것 같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김은경 위원장이) 설사 출마할 생각이 있었다하더라도 이제는 그런 생각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정성 문제부터 불거질 게 뻔하다"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본연의 역할'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이날 나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혁신의 내용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제시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혁신위 구성원들의 발언이 더 논란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혁신위가) 본연의 임무에 보다 더 충실하고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당 안팎에서 김은경 위원장과 혁신위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해 "억지로 총선과 연결 시키려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혁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은경 위원장은 정치에 뜻이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하는 시각은 조금 안 맞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어 "(총선을 위한 행보라고 본다면) 특정 지역구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지금 지역을 관리해야지 전국을 다니는 게 왜 총선이랑 연결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