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발칵 뒤집은 '이재명 10월 퇴진설'…친명계 "소설"
입력 2023.07.31 14:06
수정 2023.07.31 15:18
李 대북송금 등 사법리스크 재점화 맞물려 제기
비명계는 관망…"10월 비대위는 갈 수도 있다"
친명계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여권 정치공작"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10월 퇴진설'에 더불어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가 추석 이후 사퇴하고 친명(친이재명)계 김두관 의원을 새 당대표로 선출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지라시 수준의 소설"이라며 일축하고 나섰지만, 소문의 근원지나 파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31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10월 퇴진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영진 의원은 "40여 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논의했다는데, (그 정도 규모면) 김영진도 거기 들어가 있을텐데 단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28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가 '내가 계속 버텨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나도 죽고 당도 죽고 진보 진영이 다 무너진다'라며 10월에 퇴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이튿날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도 "추석을 지낸 뒤인 10월에 이 대표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새롭게 열어서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새로 뽑아 내년 총선에 대비한다는 의견에 40명 정도의 의원들이 합의했다"며 "(후임 당 대표로) 김두관 의원을 밀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퇴진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찰이 최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8월 중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장성철 소장이 과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 공보팀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시절 당대표실 부실장을 역임하는 등 보수 정당에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부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은 "장성철 소장은 국민의힘 상황이나 걱정할 상황이지,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이야기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다"라며 "장 소장의 카더라 통신이나 술자리 이야기, 가상의 소설을 이렇게 정치 영역으로 소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 역시 같은 생각인 듯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10월 퇴진설'과 관련해 질문하자 묵묵부답했다.
'이재명 10월 퇴진설'에 등장하는 김두관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전혀 사실무근이고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두관 의원은 "사법리스크 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충분하게 대응 준비를 하고 있어, 10월 전당대회라는 게 가정인데 전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모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자가발전 아니냐'고 하길래, 나는 자가발전의 '자'자도 모르는 사람이지 않으냐, 그런 정치 안한다고 하니 웃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거론된 배경에 대해 "짐작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이 호남과 수도권 승리만으로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당이 되기 쉽지 않은 그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당내 소수인 'PK(부산·울산·경남) 정치인'인 만큼, 총선에서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친명계 내에서는 '10월 퇴진설'이 여권발(發) 정치 공작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관계자는 "장 소장은 여권에서 활동한 분이라 민주당도, 이 대표도 잘 알지 못한다"며 "10월 퇴진설은 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도 민주당이 이번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나"라며 여권에서 향후 심화된 내용의 공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러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비명계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표가 '통 큰 결단' 차원에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친이낙연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10월 퇴진설과 K의원이 김두관 의원이라는 것의 신빙성은 조금 낮다고 본다"면서도 "(이 대표가) 대표직(사퇴) 카드와 계양을 불출마도 언제든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대표가) 공천권은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하면 '아바타 당권'을 가지고 공천권은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0월에 전당대회가 아닌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비대위로 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