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그, 2000년 뒤까지 책임지라고 하지!
입력 2023.07.17 07:07
수정 2023.07.18 06:43
국제기구와 맞장 뜨겠다는 민주당
과학을 비난하면 방사능 막아지나
위기국면에 들어선 이재명 리더십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개그는 거의 우주적 수준이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소재를 버무려, 전자파로 튀긴 다음 괴기스러운 쟁반에 담아 내놓는다. 1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과학이 만능입니까. 200년 뒤에 해양 생태계 피해가 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
국제기구와 맞장 뜨겠다는 민주당
한 장관은 화학을 전공한 학자다. 그를 향해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활동 경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따져 물은 말이다. 그는 발언 모두에 질문을 하는 게 아니고 (한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위원회에 참석할 때 참고하고 반영해야 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대꾸할 생각을 말라는,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었다.
그러고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폄훼하는 질문과 지적을 이어갔다. 해당 분야 과학자인 장관을 자신이 가르치는 모습을 당 지도부와 유권자들에게 보이고자 했을 터이다. 야당 의원들의 말이 필요이상으로 거칠어지고 전문지식 자랑이 넘쳐나는 걸 보면 총선이 가까워지긴 했나보다.
그런데 “과학이 만능이냐”고 따진 것은 개그라고 하기에도 지나쳤다. 과학이 스스로 만능이라고 한 적이 있던가. 과학은 인류문명의 바탕이고, 그걸 이룬 것이 인간의 창의력이다. 그 속에 이 의원 자신도 존재한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과학을 붙잡고 시비를 거는가.
‘200년 후의 해양 생태계 피해에 대한 책임’ 운운한 것도 실소(失笑)를 강요한다. 지구적 환경전사를 자처하는 화법이다. 그런데 지구적 범위의 해양 생태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이를테면) ‘나비효과’ 같은 현상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일까?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여타 헤아릴 수도 없는 온갖 원인들을 제치고 해양 오염의 최대 요인이 될 것이 확실하다는 고도의 전문적 분석 및 전망인가? 왜 2000년이 아니고 고작 200년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이왕 책임을 떠안길 것이라면 한 2000년쯤으로 해야 더 폼이 나지 않을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검증역량이나 국제기구로서의 지위에 대한 불신을 길게 피력한 것도 말하자면 자폭성 개그였다. 다른 유엔 기구는 오가니제이션(Organization)인데 원자력기구는 에이전시(Agency)다. 유엔 산하기구가 아니다. 생태계 보호단체가 아니라 이해(利害)단체다. 이런 IAEA의 보고서를 어떻게 믿으라고 하느냐. 우리 국민 84%가 믿지 못하겠다고 하지 않느냐. 요령부득이긴 하지만 대충 이런 말로 들린다.
이제는 국제기구와도 맞장 뜨겠다는 것이다. IAEA에 대한 이해부족을 애민정신으로 메울 심산인가? ‘84% 국민의 반대’라는 것도 자기가 지른 불을 가지고 남 탓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선동적 언어가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감을 자극한 결과라는 생각은 안 드는가?
과학을 비난하면 방사능 막아지나
세계적으로 핵실험은 2,056차례 있었다고 한다. 지난 1945년부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이다. 중국이 우리와 마주보는 저들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해안지역에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가 49기, 추가 건설 중인 것이 13에 이른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고 낮밤을 잊은 민주당 의원들이 그 정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이들 방사능 배출원(排出源)에 대해서는 왜 말을 않을까? 특히 북한의 핵 장난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싸주기까지 하면서.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인순이의 노래 ‘밤이면 밤마다’를 개사한 이 노래를 2016년 8월 성주에서 민주당 소속이던 표창원·손혜원 의원(당시) 등이 춤을 추며 불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이 과학적 진실에 승복하고 사과했다는 말은 없었다.
그 무렵, 그러니까 그해 7월 13일, 한 종편TV는 기상천외한 오역(誤譯) 뉴스를 내보냈다.
“이 지역(괌의 사드 기지)에서 살 수 있는 건 돼지 2마리뿐이고, 사드 포대 근처엔 사람이 살기 어렵다.”
그해 초 작성된 ‘성조지’의 괌 사드 기지 르포 기사를 인용한 보도였는데 자연보호구역안인 그곳에 살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알기로 돼지 두 마리뿐이라는 내용을 그렇게 뒤틀어서 내 보낸 것이다. 왜 하필 돼지만 살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래도 이 방송은 ‘사과와 정정’이라는 것을 했다. 민주당은 성주 군민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그 성과(?)만 즐겼을 뿐이다.
이 당은 미국산 쇠고기 괴담(파송송구멍탁 따위의), 천안함·세월호 괴담에도 주저 없이 편승, 국민적 갈등의 증폭에 일익을 담당했다. 정권 장악에 까지 성공했으니 대단히 수지맞는 장사였음에 틀림없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경우는 괴담성 의혹 덮어씌우기다. 대안으로 제시된 노선의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며 특혜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 종점에 IC(나들목)가 설치되면 의심의 소지가 없지 않다고 하겠지만 거기는 JCT(분기점)만 생기게 된다. 들락거릴 길도 없이 그냥 고속도로가 합치고 나뉘는 땅이라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위기국면에 들어선 이재명 리더십
양평군민들이 바라는 것은 강하IC 설치다. 그게 없으면 고속도로는 건설하나마나다. 민주당도 그걸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하IC를 만들되 종점은 원안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도로가 L자형으로 구부러진다. 대안의 강하IC는 민주당 주장보다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 직선상에 JCT가 생긴다. 양평군 양서면 청계리 주민들은 원안대로 종점이 들어서면 마을이 3~4등분 나고, 30~40m의 교각으로 인해 전원주택 단지 위로 접속도로가 지나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14일 장대비 속에 원안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또한 과학적 합리적 검토와 판단의 결과다.
그런데 민주당의 선동본능은 ‘김 여사 일가의 땅’에 꽂혀 요지부동이다. 주민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빛이 없다. 이게 민주당의 정치하는 방식인 것 같아 기가 질린다. 지금 와서 물러서면 헛장사 정도라 아니라 세상의 우스갯거리가 될 테니까 ‘죽어도 고!’를 외칠 수밖에 없다고 작정한 것인가? 이재명 당 대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일대일 토론 제의를 묵살하고 국정조사만 되뇌고 있다. 그러는 것이 논란을 오래 끌어서 좋고 자기들의 억지를 들키지 않아서 좋다고 여기는 인상이다. 적어도 총선 때까지는 이 상태로 끌고 가자는 심산인 것 같다.
정치의 장에서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그르거나 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당의 존폐가 달렸다고 여기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한민국 정치가 괴담과 억지의 난장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야당이 합리성 논리성 정당성 도덕성에서 여당을 압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게 그간의 정치전통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인식이 부정당하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행위에 전 인격을 담아야 한다. 그게 국민과 역사에 대한 도리다.
극한호우로 특히 충남 경북 지역에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국민을 고통과 공포 속에서 구해내는 것이야 말로 정치가 있어야 할 이유다. 이번의 극심한 수해를 통해 정치권 모두가 깊이 느낀 바 있기를 바란다. 괴담으로 괴담을, 모함으로 모함을 만들어내는 추한 정쟁에서 벗어나시라.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 이 대표는 소속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비명계의 반란’이든 뭐든 자신의 리더십 일각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억지를 부릴수록 파국은 가까워진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