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프리고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지난달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철수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무장반란 당시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부를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더이상 벨라루스에 영토 안에 있지 않다”며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 주둔시키겠다는 그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장반란이 지난달 23일 시작돼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격한 뒤 철수한 프리고진의 행방이 한동안 묘연해지면서 암살설, 망명설 등 추측이 무성했다. 이후 27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발표하며 바그너그룹에 자국군 군사훈련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바그너그룹 용병들에게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거나 벨라루스로 떠날 것을 명령하는 등 사실상 바그너그룹 해체에 돌입했다.

러시아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바그너그룹 본사를 비롯해 프리고진이 소유한 각종 사업체 본사와 자택이 있는 그의 거점 지역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도시에 있는 프리고진 소유의 미디어기업 패트리엇 미디어그룹 등을 압수수색하며 프리고진 소유 사업체에 대한 몰수에 나서기도 했다.

프리고진이 왜 러시아로 돌아왔는지, 무장반란을 일으켜 사실상 벨라루스로 ‘망명’했던 그가 어떻게 러시아로 재입국할 수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더해준다.

다만 지난 며칠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고, 그가 무장반란 당시 러시아 당국에 의해 압수됐던 무기와 자산을 돌려받았다는 러시아 현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언론인 폰탄카는 4일 저녁 프리고진 소유의 사륜구동 차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에 있는 수사관 사무실에 정차해 프리고진과 그의 참모진이 무기를 차에 싣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폰탄카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돌려받은 무기 중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선물로 준 사냥용 소총 두 자루와 맞춤형 글록 권총 한 자루가 포함됐다. 이 글록 권총엔 프리고진의 이름도 새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폰탄카는 또 프리고진이 무장반란 당시 러시아에 압수당했던 1억 1000만 달러(약 1435억원) 상당의 현금과 금괴를 최근 돌려 받았으며, 마찬가지로 압수됐던 무기들을 이날 돌려받았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프리고진과 그의 전용 제트기가 모스크바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무기를 수집하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프리고진의 차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에 정차한 모습 등도 목격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