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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문재인 만나 막걸리 만찬…"당부 있었지만 말하기 어렵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7.06 00:00 수정 2023.07.06 07:53

2시간 만나 "나라 걱정하는 얘기 했다"

자리서 '반국가세력' 관련 언급은 無

李, 노무현 묘역 참배하며 눈물 흘리기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부인 김숙희 여사와 함께 5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뉴시스

정치 행보를 재개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만찬과 함께 막걸리를 곁들여 2시간 동안 진행된 회동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무언가를 '당부' 했으나, 이 전 대표는 그 '당부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오후 5시 35분께 측근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과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돼 대통령 임기 절반가량인 2년여 동안 총리로 일하며 문 전 대통령을 보좌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사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약 2시간 동안 예방을 진행했다. 예방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친 뒤, 기다리고 있던 뉴시스 취재진에 "아주 구체적인 말씀까진 없었지만 서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옆에 있던 윤 의원은 "나라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의 권유로 금정산성 막걸리 5병가량을 마시며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평산마을에서 파는 막걸리가 아니지만, 문 전 대통령이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 전 대표를 위해 일부러 멀리서 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당부한 게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지만 말하기 어렵다"며 "(문 전 대통령이) 막걸리를 먹자는 이야기를 먼저 하셨다고 들었다. 원래 점심이었는데. 순서가 바뀐 것이다. 봉하와 양산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文, 막걸리 좋아하는 李 위해 일부러
멀리서부터 금정산성 막걸리 구해와
文 만찬 권유로 봉하·양산 일정 바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부인 김숙희 여사와 함께 5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뉴시스

이에 앞서 이 전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묘비를 둘러봤다. 이 때 이 전 대표는 잠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눈이 좀 시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방명록에 '대통령님 대한민국이 원칙과 상식의 세상으로 다시 서도록 못난 후대들을 깨우쳐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어 사저로 향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환담했다. 이 전 대표는 환담 후 기자들과 만나 "(권 여사에게) 안부를 여쭸고, 옛날이야기,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런저런 추억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정치 현안 관련 대화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없었다"라며 "현수막에 '사람 사는 세상' 앞에 '원칙'과 '상식'이 있어서 그게 새삼스럽게 보였다"라고 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일정을 조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흔히 정치인들이 말하는 그런 줄다리기가 있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인사드리고 난 다음에 뵙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고, 인사가 조금 남았고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거의 이제 인사를 마친 뒤 일정으로서 일정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정대철 헌정회장 등 민주당 원로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의 만남은 원로들 면담 이후로, 빠르면 다음주 후반께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노무현 묘역 참배하면서 눈가 훔치기도
"눈이 좀 시더라"…盧정부 추억 회상
친명 채근에도 권노갑·정대철 만남 먼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너럭바위에 엎드린 채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귀국한 이 전 대표가 이처럼 '귀국 신고'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지난 주말에는 광주 5·18 묘역을 찾은 바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계파 갈등 봉합을 위해 이 전 대표와 이 대표를 서둘러 만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이낙연계는 만남에는 순서가 있다면서 친명계가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여기 뭐 하러 왔느냐. 빨리 이재명 만나서 손잡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투쟁해라'라고 했을 것 같다"며 "지금 (이 전 대표와 이 대표가) 안 만나고 저렇게 돌아다니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는 민주당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 이길 둥 말 둥 한데 둘이 뭉쳐서 손잡고 다녀아지, 그 꼴이 무슨 꼴이냐"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국회방송에서 "만날 때가 되면 만날 것이다. 순서가 있고 시기가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가만히 있는데 이 대표에 가깝다는 분들이 자꾸 만나야 된다, 빨리 만나야 된다, 안 만나면 안 된다 왜 그렇게 다른 데 돌아다니느냐 이런 얘기를 한다"고 반발했다.


신 전 의원은 "지금 다른 만날 사람들과 방문해야 할 곳들에 우선순위가 이 전 대표에게는 대충 있다"며 "민주당의 앞날 그리고 미래 그리고 총선 이런 걸 생각하면 여러 가지 조건들이 뭘까 하는 걸 한번 생각해보고 그리고 나서 진지하게 같이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하면 얼마나 좋겠나. 자꾸 좀 채근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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